반도체 「달러박스」명예회복…올 D램시장 수요 폭발

  • 입력 1999년 4월 28일 19시 36분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속도보다 삼성전자가 돈을 벌어들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

95년 국내 반도체업계에 나돌던 우스개 말이다.

반도체 경기가 급속히 회복되면서 그 시절의 재현이 기대되고 있다. 속락하던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생산비용까지 낮아져 반도체 업계의 수익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커진 ‘파이’, 줄어든 ‘입’〓올해 세계 반도체시장은 사상 최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는 최근 올해 D램 시장이 지난해보다 49% 성장한 2백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PC 수요가 지난해보다 17% 가까이 늘었기 때문. 여기에 Y2K 문제 해결을 위해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들어가는 D램 수요도 폭발적이다.

반면 공급자는 크게 줄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가 지난해 D램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고 일본 업계도 잇따라 라인을 철수했다. 불황의 먹구름이 걷히면서 ‘살아남은’ 업체는 콧노래를 부르게 된 것.

▽출발이 좋다〓64메가D램의 경우 26일 현재 미주 현물시장에서 7.5∼1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11달러선을 웃돌던 지난 연말보다는 값이 떨어졌지만 6달러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비용 절감 작업을 벌여온 국내 업계에선 미소가 보인다. 현물시장이 아닌 고정거래선 납품 가격은 이보다 1달러 가량 높다. 매달 2천만개의 64메가D램을 찍어내는 삼성전자의 경우 D램 가격을 평균 9달러로 치면 매달 반도체 부문에서만 1억8천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계산.

웨이퍼당 칩생산 개수와 수율이 높아지면서 생산비가 떨어져 수익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공정기술이 가장 앞선 삼성전자의 경우 1·4분기(1∼3월)동안 반도체 부문에서만 매달 1천억원 이상의 순익을 기록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말까지는 순익이 1조원을 가볍게 돌파할 전망.원가 구조가 높아 삼성보다 수익폭은 적지만 현대전자와 LG반도체 역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 메모리마케팅팀장 정의용(鄭義容)이사는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하반기에도 이같은 호황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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