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당거래 실태]가공회사 만들어 어음발행

  • 입력 1999년 2월 25일 19시 24분


실체가 없는 가공회사(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기업어음(CP)을 발행한 뒤 계열사로 하여금 비싼 값에 사도록 하는 등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를 해온 동양 한화 등 5개 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총 1백8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또 삼성생명은 친족독립회사인 한솔그룹 계열사들을 내부거래를 통해 부당지원한 것으로 드러나 35억6천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부터 동양 한화 한진 동부 한솔 등 6대 이하 5개 그룹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실시한 결과 35개사가 45개 계열사에 대해 총 6백93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25일 밝혔다.

누적 집계(만기연장도 추가지원으로 계산)한 5개 그룹 부당내부거래규모는 2조4천억여원에 이른다.

▼ 실체 드러난 가공회사 ▼

그동안 재벌들이 자금마련을 위해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그 실체가 드러난 적은 거의 없었다.

공정위 조사결과 동양그룹 현재현(玄在賢)회장의 동서인 동양제과 대표이사부회장 담철곤(譚哲坤)씨 등은 화학컨설팅과 용산컨설팅 등 실체가 없는 2개의 가공회사를 만들어 CP를 발행하고 계열사들로 하여금 고가매입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났다.

두 가공회사가 발행한 1백1억원 규모의 CP는 동양제과와 케이블TV 만화채널인 투니버스가 계열종금사인 동양종금을 통해 매입했다.

공정위는 고가매입부분에 대해 과징금만 부과했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동양그룹은 이렇게 조성한 자금을 계열사 증자에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 용도까지 조사하는 것은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목적에 맞지 않아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새로운 내부거래 유형 ▼

이번조사에서는 여러가지 새로운 부당내부거래 유형이 드러났다.

동양생명은 동양시멘트가 보유하고 있던 데이콤과 동양증권 주식 87만주를 장외시장에서 시가보다 비싼 값에 사주는 방법으로 28억3천만원을 지원했다.

한솔제지 등 6개 한솔그룹 계열사는 한솔흥진과 건물임차 계약을 하면서 다른 회사에 비해 건물유지관리비를 평당 2만9천원씩 더 주어 11억9천만원을 지원했다.

한솔화학과 한솔제지는 ㈜경부로부터 합병교부금 78억7천8백만원을 최종 정산일보다 1백14일 늦게 받았다.

삼성생명은 한솔제지와 한솔전자가 발행한 2천7백20억원 규모의 CP를 비싼 가격에 사줬다.

동양파이낸스㈜는 채권평가기관이 22억3천5백만원으로 평가한 채권을 동양창업투자에 15억원에 싸게 매각했다.

한진그룹 계열인 한불종금은 어음관리계좌를 운영하면서 한진해운이 예치한 6백23억원에 대해 일반고객보다 2.05∼3.47%포인트 높은 금리를 주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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