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내리는 LG반도체]통합수용까지 우여곡절

입력 1999-01-07 19:01수정 2009-09-2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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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具本茂)LG회장의 ‘결단’으로 LG반도체는 출범 10년만에 간판을 내리게 됐다.

LG의 반도체사업 포기는 ‘전격적’이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 LG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반도체 사업포기는 외견상 ‘자의반 타의반’의 결과로 보이지만 의외로 LG의 고도로 계산된 의도가 깔려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왜 포기했을까〓구회장이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만난 시간은 6일 오후 4시반. 청와대 ‘독대’는 불과 30분 남짓 이뤄졌다. 그로부터 두시간후인 오후 7시경 현대측에 지분을 100% 매각하겠다는 공식 방침이 발표됐다.

구회장의 이날 청와대 방문에 대해 LG그룹측은 “며칠전 청와대에 면담 신청을 해놓았던 것으로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와 이루어지게 됐던 것”이라고 설명.

그러나 구회장이 이날 백기를 들 것으로 예상했던 임원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동생인 구본준(具本俊)LG반도체 사장도 몰랐다. 청와대 방문 자체도 구조조정본부내 몇몇 임원만 알고 있었다.

독대에 앞서 구회장은 여러가지 카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기안은 그중의 하나였을 뿐이었다. 대통령과 마주한 30여분. 구회장의 머릿속엔 참으로 많은 생각이 오갔다. 대통령의 심중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가장 안쪽에 품었던 카드를 꺼낼 수밖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한다.

구회장은 면담 직후 곧바로 여의도 그룹본사로 돌아왔다. 일부 사장단과 구조조정본부 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구회장은 “반도체 사업 포기는 타율적인 것이었지만 최종 결단은 자율적으로 내렸다. 여러가지 정황을 고려할 때 그룹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해외에 사업을 매각하거나 외자유치를 했다고 생각하자”고 설득했다.

7대3의 지분조정이 아닌 100

% 매각 방침이 결정된 것도 이 자리에서였다. 청와대에선 통합에 동의하겠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지분 얘기는 전혀 없었다.

LG의 한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반도체 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것이 실리면에서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

‘100% 매각’안은 LG가 준비한 여러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이미 LG전자나 LG정보통신 등 그동안 반도체와 공동 개발 생산을 하며 밀접한 사업 관계를 유지해왔던 사업 부문에서는 반도체를 아웃소싱했을 경우의 장단점을 면밀히 따져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회장은 회의를 마친 후 몇몇 계열사 사장단과 술자리를 가졌다. 반도체 포기에 따른 허탈감때문이었다. 밤12시까지 계속된 그날 술자리에서 구회장은 별말없이 술만 마셨다고 한다.

▽10년만에 간판 내린 LG반도체〓구본준 사장은 7일 오전 “현재의 주식시가총액에 유무형 자산에 대한 프리미엄을 철저히 요구해 받아낼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그는 LG의 속을 들여다보면 아마 현대가 놀랄 것이라며 우리가 받아올 것이 의외로 많다고 자신했다.

89년 금성일렉트론 시절 뒤늦게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LG반도체는 후발주자라는 이점을 십분 이용했다.

LG가 고속D램인 램버스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던 것도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용량을 늘리는 집적도 경쟁에선 이미 상대가 안됐기 때문에 94년 남보다 앞서 직원 50명의 벤처기업인 램버스사의 기술을 도입하는 용단을 내릴 수 있었다.

램버스D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올해는 그 결실을 맛볼 첫해였다. 그러나 램버스D램 분야에서 세계시장의 30%를 차지하겠다던 LG의 야심찬 계획은 이제 계획으로만 남게 됐다. 아무튼 이런 기술이 어떻게 돈으로 환산될지 관심사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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