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빅딜案 거부/재계반응]정부비판속 대응 부산

  • 입력 1998년 11월 30일 19시 30분


채권단 협의체인 사업구조조정위원회가 30일 재계의 구조개혁안을 거부한데 이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정재계 간담회를 직접 소집하기로 함에 따라 5대그룹의 빅딜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재계는 정부의 태도변화와 연말대공세에 크게 당혹해하면서도 기존 구조조정안을 대폭 손질하는 선에서 당초의 ‘윈―윈’구도를 살려간다는 구상이다.

▼재계, 정부의 전략전술 부재 비판〓재계는 사업구조조정위의 발표시점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1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리는 한일재계간담회에 20여명의 재계 사장단이 참석, 7개 구조조정 업종 해당업체를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갖기로 했던 것.

손병두(孫炳斗)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30일 “미쓰이(三井)물산과 자본참여 양해각서까지 체결한 유화업종 사장단이 일본에 가기 직전 사업구조조정위가 ‘삼성과 현대석유화학은 합쳐도 쓸모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판을 깨자’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對)정부 신뢰가 무너진다〓5대그룹은 6대이하 그룹과 달리 단기 자금여유가 상당한 그룹들. 이들이 7월26일 정재계 간담회에서 7개 업종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한 것은 향후 산업판도를 바꾸는 구조조정의 틀을 만들 경우 세제 및 금융지원에 나선다는 안을 정부가 제시했기 때문.

당시에도 채권확보에 혈안이 된 은행단이 대폭적인 부채 출자전환이나 부채탕감을 꺼릴 것은 불보듯 뻔했지만 재계는 정부의 ‘당근’을 신뢰했던 것.

재계는 금융권의 지원협상 시점에서 산업자원부나 재정경제부가 전혀 ‘원군’이 되지 못하는 현실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가 구조조정 막판에 채권단 주도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정부의 재벌개혁 종착역이 무엇인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윈―윈’구도 불씨 지핀다〓전경련은 청와대가 2일 열릴 확대 정재계간담회를 통해 좌초위기에 빠진 빅딜협상의 ‘교통정리’에 나서기로 하자 일단 긍정적인 반응. 구조조정의 당초 취지를 되살리고 갈수록 악화되는 정재계간 대립양상을 차단할 호기라는 판단이다.

전경련은 이와 함께 1일중 교착상태에 빠진 반도체 빅딜협상의 향후 일정을 발표하고 반려된 유화 항공 철도차량 등 3개업종에 대한 수정안을 이달 10일내 제출, 채권단과의 ‘협조게임’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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