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제 사원시대②]「기여도」증명돼야 살아남는다

입력 1998-01-26 18:30수정 2009-09-25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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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후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기회가 있었다. 처음 시작하는 이국(異國)에서의 직장생활은 그리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입사 동기들과의 관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의 기업풍토중 한가지 특이한 것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능력에 따른 연봉 지급 제도였다. 물론 우리 같은 입사시험은 없으나 신입사원마다 학교에서의 성적, 특별활동이나 지역사회 기여도 등을 고려해 차등 연봉을 지급한다. 우리처럼 똑같은 급료가 지급되고 기간이 지남에 따라 호봉제에 의해 급료가 일률적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그래서 동료들도 서로의 연봉에 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퇴직금이나 정리해고의 부담이 없는 것도 우리와는 다른 것들이다. 철저한 자기 개발로 회사에 자신의 기여도를 증명하지 않으면 그리 오래 견디어 낼 수가 없다. 근래는 미국사회가 호경기라 하지만 그 당시만 하여도 실직률이 10%를 상회하는 극심한 불경기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불투명한 장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적절한 비교가 될지 모르겠으나 요즈음 우리의 상황과 사뭇 비슷한 점이 많았다. 지금 몸담고 있는 직장은 미국 월트디즈니에서 제작한 영화의 한국내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다국적기업 중 하나다. 급료는 그들의 연봉제를 토대로 지급되며 계약은 연단위로 경신하나 큰 잘못이 없으면 경신된다. 연봉 조정은 1년 단위로 이사급은 본사에서, 부차장 이하는 직속상관이 인사팀과 상의해 결정한다. 물론 가이드 라인(메리트 레이트)이 있다. 이는 본사에서 컨설팅회사를 통해 해당 나라의 유사직종을 조사, 나라별로 결정된다. 실적이 좋은 경우 9∼10%까지 더 받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의 경우 ±5% 범위내에서 결정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율이 낮아 보통은 ±2∼4%다. 실적에 따른 특별상여금도 지급되는데 우리 회사는 연봉비율대로 준다. 외국회사의 또다른 특징은 소수정예로 조직을 운영한다. 중복되는 인원 배치 등과 같은 비효율적 인력누수에는 상당히 민감한 편이라 할 수 있다. 현재의 경제 상태를 고려할때 우리도 그들의 연봉제도의 장점을 적절히 취합,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행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와 합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본다. 철저한 능력중심으로 급료가 책정되고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분명히 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그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문제점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화합보다는 치열한, 때로는 과도하기까지 한 경쟁을 유발하는 문제 등이 있을 수 있다. 연봉제와 호봉제중 어느 것이 좋고 나쁜지 논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그들은 2백년이 넘는 세월속에 이룩해 낸 산업사회에서 연봉제란 고유의 급료체제를 정착시켰다.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수십년동안 한국적 기업문화에서 만들어낸 급료체제를 갖고 있다. 이 두가지 방법의 실체를 철저히 분석, 현재의 우리 상황에 적절한 체제를 정착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박운서<월트디즈니 한국지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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