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업계 속사정]그룹 매출액 크게 줄어들듯

  • 입력 1998년 1월 13일 20시 04분


재벌 개혁의 시동이 걸렸다. 현대 삼성 LG 대우 SK 등 5대그룹은 13일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총수 개인재산 지분투자 등 5개항에 대해 합의했다. 몸집 불리기를 계속해온 재계는 이제 국내외로부터 대폭적인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개혁을 추진하는 재벌그룹들의 계획과 속내를 알아본다.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결합재무제표 도입이 최대 관건. 오너의 지분율이 높은 일부 계열사들은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지만 실질 지배력을 기준으로 한 결합재무제표는 아직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계열사별 업종별 회계기준과 각사 전산시스템을 통일하는 등 실무 준비에만 1조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했다. 결합재무제표 작성시 예상되는 매출 격감도 크게 우려하는 문제. 주요 그룹들이 결합재무제표 시뮬레이션을 적용해본 결과 계열사간 내부거래로 인한 중복 매출을 빼면 그룹 전체 매출이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는 결합재무제표 등 투명경영방안이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해외 신인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매출감소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상호지급보증제 해소〓현대 삼성 등 5대그룹이 3월말까지 해소해야 할 상호지급보증액은 총 8천2백94억원. 이를 해소하고 난뒤 다시 10조8천6백61억원을 완전 해소해야 한다. 30대그룹 전체로는 33조원 규모. 이들 그룹은 작년 하반기부터 유상증자 기업매각 등을 추진해왔으나 증시와 기업인수합병(M&A) 시장이 얼어붙어 유상증자 계획을 취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상호지보가 주력기업에 몰려 있어 3월말 해소가 어려운 상황. 재계는 자산매각 등을 추진하되 금융기관 대출금을 기업주식으로 상계하는 방안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기관과 함께 상호지보를 신용대출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재무구조의 획기적 개선〓국내 제조업 전체의 자기자본 비율은 24%(96년말기준)에 불과해 금융비용 부담이 커 경상이익률은 1%에 불과한 수준. 자기자본 비율은 전년의 26%보다 2%가 떨어졌다. 경상 이익률도 전년의 3.6%에서 크게 떨어졌다. 5대그룹의 재무구조는 이보다 더 나쁘다. 자기자본 비율이 20% 안팎에 머물고 경상 이익률도 현대 삼성 LG 3대그룹은 1.0%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 기업들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단기부채를 장기부채로 전환하는 등 금융비용을 최소화하고 수익성 위주 경영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그룹 총수 개인재산출연 및 경영부실에 대한 경영진책임〓재벌 총수들은 지금까지 경영 책임을 진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을 기업들은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대출받을 때도 대표이사가 담보를 서고 오너는 담보를 제공한 적이 거의 없다. 오너가 상법상 아무런 책임이 없기 때문. 차기 정권은 기업경영전권을 행사하는 오너들에게도 경영부실 책임을 묻는 방편으로 개인재산 출연을 요구했다. 이날 모임직후 삼성 현대 등 4대 그룹들은 오너의 개인 재산이 별로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우그룹은 “김우중(金宇中)회장이 이미 개인재산을 대우문화재단에 전액 출연해 개인 재산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총수들이 설령 개인재산을 내놓더라도 자금출처 조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총수들의 개인재산 출연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사업부문 강화〓핵심사업부문 강화는 결국 재벌간에 계열사를 주고받는 소위 ‘빅 딜’에 의해서만 가능하나 재벌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쉽지 않다. 삼성 현대 LG SK그룹 등이 대부분 화학 에너지 정보통신 등 소위첨단산업부문을 앞다퉈 핵심사업 부문으로 정하고 있어 어느 누구도 양보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LG그룹은 전자 정보통신 화학 에너지 등을 주력사업 부문으로 선정하고 당초 2000년까지 정리할 계획이던 40개 한계사업 선정을 이번주 내로 마무리 지어 구체적인 계획을 차기대통령측에 15일까지 제출할 방침이다. SK그룹은 에너지와 정보통신 양대 체제로 끌고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영이·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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