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당선자 IMF대응]「극복」에서 「同行」으로

  • 입력 1997년 12월 25일 20시 29분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 대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당선자 진영의 대응 철학이 시간이 흐를수록 크게 달라지는 양상이다. 대통령선거 전까지만 해도 김당선자 진영은 「IMF체제」를 최우선적인 「극복의 대상」으로 삼았다. 「IMF치욕, 1년반 안에 극복하겠습니다」라는 신문광고 문구는 이런 시각이 담긴 대표적인 선거구호였다. 그러나 요즘은 김당선자 진영의 어느 누구도 이런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김당선자·24일 기자회견) 『우리가 의당 해야 할 일을 지금 IMF가 요구하고 있다』(김용환·金龍煥 자민련부총재·23일 「비상경제대책회의」브리핑)는 식의 표현이 자주 나온다. 정부 업무의 인수인계 방식이 달라진 것도 이런 「IMF체제」에 대한 인식변화의 산물이다. 처음엔 정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나름대로 「관찰자적 여유」를 즐기려는 듯 보였으나 지금은 하루하루 외환상황을 챙기는 등 정부 기능을 고스란히 떠안고 나섰다.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만에 재경원 주변에서는 『부총리를 보려면 여의도로 가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가 됐다. 정책에서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리해고의 수용이다. 선거때만 해도 『김대중이 여러분들의 일자리를 지켜내겠습니다』라고 약속했었으나 지금은 『기업 도산이 우려되면 해고가 불가피하다』(김당선자·22일 데이비드 립튼 미 재무차관과의 면담)는 수준으로 물러섰다. 최근 2,3일 사이에 정부가 쏟아낸 각종 시장개방 방침도 김당선자의 당초 생각과는 다른 내용이 대부분이다. △외환거래 전면 자유화 △외국자본의 국내은행 소유지분 상한선 확대(이상 24일 비상경제대책위원회) △자본시장 조기 자유화 △종금사 및 은행 정상화 일정공개 △수입국 다변화 품목 단계적 폐지 조기 시행(이상 25일 임창열·林昌烈경제부총리) 등은 모두 김당선자의 「15대 대통령선거 공약집」에는 들어있지 않은 내용들이다. 이처럼 김당선자의 IMF 대응요법이 달라진 것은 물론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새롭게 인식한 데서 비롯했다. 『그동안 실정을 잘 몰라 오해를 사는 발언을 했다』는 김당선자의 「고백」에서 나타나듯 기존의 생각이나 대응책만으로는 당면한 위기를 넘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런 일련의 조치가 김당선자의 경제철학과 부합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분석한다. 김당선자가 기본적으로 철저한 시장경제에 입각한 경제체제 개편을 추구하고 있는 만큼 이번 「IMF 대응처방」이 장기적으로는 김당선자의 구상과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당선자는 「위기가 바로 기회」라는 생각으로 지금의 경제난국을 풀어나갈 것 같다』며 『김당선자가 25일 청와대 기구축소와 행정개혁 방침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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