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정책 기대]고금리→환율하락→금융안정 가능할까?

  • 입력 1997년 12월 24일 20시 13분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후에도 환율 금리 주가 등 금융시장의 3대 지표들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들 3대 지표는 서로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과거 어느때보다 심해져서 한가지 지표가 나빠지면 다른 지표의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환율 금리 주가의 관계〓정부와 IMF의 합의에서는 금융위기가 외환위기에서 시작됐다고 보고 환율 금리 주가중 환율 안정에 최우선 순위를 뒀다. 정부와 IMF는 특히 환율 안정을 위해 일부러 고금리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가 통화량을 긴축하고 이자제한법을 폐지키로 한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조치다. 주식시장의 경우는 정부가 여러차례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기업들이 고환율―고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쓰러지면서 부양책의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재 구조에서는 환율이 하향안정세를 보이지 않는 한 자금시장과 주식시장은 호전될 수 없다. 결국 고금리정책이 환율안정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전체 금융시장 안정의 성패가 달려있는 셈. ▼IMF가 기대하는 고금리정책의 효과〓IMF가 협상과정에서 고금리정책을 통해 환율을 하향안정시킬 수 있다고 우리측에 제시한 근거는 크게 두가지. 원화의 금리가 높아지면 기업들은 금리부담 때문에 가지고 있는 달러화를 모두 원화로 바꿔 사용하게 된다. 또 외국투자자들은 고금리에 매력을 느껴 한국 채권 등에 앞다퉈 투자를 하게 된다는 것. 이렇게 되면 국내외로부터 달러화 공급이 크게 늘어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게 된다고 IMF는 주장했다. ▼IMF 고금리 정책에 대한 반대론〓프랑스의 르몽드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등 해외 유력 언론들은 최근 IMF의 고금리 정책이 한국의 상황에 맞지 않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또 미국 하버드대 제프리삭스교수도 『IMF가 지원을 결정한 뒤 급등하기 시작한 단기금리는 연 20%를 넘었고 자금거래가 거의 끊겼다』며 『이는 IMF가 원하는 금융시장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IMF의 고금리 처방은 한국의 금융시스템이 극도로 취약하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현상태가 지속되면 금융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지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율 금리 주가 전망과 대책〓IMF는 고금리정책을 6∼9개월 정도 유지해나가면 외환시장이 안정되고 그때부터는 고금리 정책이 불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금융시장상황으로 보면 고금리정책이 기업의 달러화 매각과 외국투자자금의 유입을 이끌어내지 못해 금융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실물까지 붕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하기 어렵다. 유럽계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국가부도 위기 가능성이 없어지지 않는 한 금리가 아무리 높아도 외국투자자금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얻어 지급불능사태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야 외국투자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광암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