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재협상 공방]『상황 더 꼬였다』『우리가 노예냐』

  • 입력 1997년 12월 11일 19시 59분


▼한나라당-국민신당▼ 「IMF재협상」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은 한마디로 「현시점에서 가능하지도 않고 거론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 이유로 한국의 대외 신인도 문제를 꼽는다. 어차피 우리나라의 외환관리를 IMF의 구제금융에 의존하기로 협상을 마친 마당에 이제와서 뒤늦게 재협상하겠다고 해봐야 IMF측에서 들어줄 리도 없고 오히려 우리의 신용도만 떨어진다는 논리다. 한나라당은 최근 연일 계속되고 있는 원화 가치 폭락이나 외자조달에서의 어려움 등도 바로 「IMF재협상」발언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후보가 인기에만 집착, 자꾸 재협상 운운하는 바람에 국제금융기관과 미국 등 서구 선진국들이 한국의 IMF합의서 이행 여부에 깊은 의구심을 갖게 됐다는 것. 구범회(具凡會)부대변인은 11일 성명을 통해 『김대중후보는 국민감정에 편승해 IMF와의 재협상론을 끊임없이 주장, 나라의 대외 신인도를 크게 떨어뜨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며 최근의 경제위기 책임을 김후보에게 돌렸다. 국민신당은 한때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인제(李仁濟)후보 역시 지난 7일의 TV합동토론회에서 『저성장률 책정과 재벌의 급속한 해체, 외국인주식투자 허용한도 대폭 확대 등에 대해 재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국민신당은 최근 들어 갑자기 「재협상 불가」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와 관련, 자문교수단의 윤창현(尹暢賢)명지대교수는 『이후보의 TV토론회 발언은 꼭 재협상을 하자는 게 아니라 정부와 IMF의 협상결과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힌 것으로 이해해달라』며 『지금은 무엇보다 IMF와의 합의내용을 포괄적으로 수용해 상황을 호전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해명했다. 윤교수는 이어 『일단 IMF와의 합의내용을 성실히 이행해 선진 외국에 한국을 「믿을 수 있는 나라」로 인식시킨 뒤 불만 요인을 하나하나 바로잡아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또 분기별로 예정돼 있는 협의과정에서 경제회복 상황을 참작,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 등의 거시지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인수기자〉 ▼ 국민회의 ▼ 국제통화기금(IMF) 재협상논란에 대해 국민회의는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오해의 소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부심하는 모습이다. 국민회의는 11일 그동안 주장해온 「재협상」이라는 용어를 「추가협상」으로 바꾸면서 『우리 당도 협의내용을 원칙적으로 이행한다는 입장』이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재협상」이라는 표현이 협의내용을 부정하는 것처럼 비치는 점을 고려해서다. 그러나 「재협상이 가능하고,또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기존입장을 바꾼 것은 아니다. 여전히 IMF협약 가운데 △지나치게 낮게 잡은 성장률 △고금리 체제 유지 △수입선다변화 철폐 등에 대해서는 당연히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IMF와의 협약을 그대로 준수할 경우 대량부도와 대량실업사태가 초래될 것이기 때문에 계속적인 논의와 협상을 통해 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IMF측도 이같은 입장을 담은 김대중(金大中)후보의 서한(「IMF관련 각서」)을 인정하고 있다는 게 국민회의측 주장이다. 국민회의는 재협상논의가 한국의 대외 신인도 회복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이야말로 「정략적 행동」이라고 반박한다.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은 『우리나라가 IMF로부터 돈을 빌린 것이지 「노예상태」가 된 게 아니며 IMF측도 가능하다고 밝히는 재협상이 안된다는 이유가 뭐냐』면서 『한나라당이 「협의된 대로 이행하겠다」는 각서에 덜컥 서명해 놓고 궁지에 몰리자 엉뚱하게 우리를 물고 늘어지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의장은 조순(趙淳)한나라당총재와 미셸 캉드쉬 IMF총재의 통화내용에 대해서도 『캉드쉬총재로서는 당연히 재협상은 싫다고 그러지 좋다고 하겠느냐』며 『한마디로 무식의 소치』라고 일축했다. 장성민(張誠珉)부대변인은 아예 조총재를 『당리당략에 도움이 된다면 국가위기라도 팔 수 있다는 경제매국노가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국민회의는 또 『IMF의 경제처방은 커다란 실수이며 적지않은 위험을 안고 있다』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내용을 소개하는 등 재협상논의에 대해 외국언론의 긍정적인 논조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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