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합의각서]「나랏돈」새나갈 구멍 많다

  • 입력 1997년 12월 4일 19시 54분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합의한 각서에는 나라의 부(富)가 외국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곳곳에 널려있다. 당장 외화 부도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안방을 통째로 내준 꼴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주식투자한도 50% 확대〓92년 초 외국인에게 증권시장을 개방하면서 10%로 정한 종목당 투자한도는 지금까지 여섯차례에 걸쳐 26%로 확대됐다. 이것이 연내 50%, 내년에는 55%로 투자한도가 크게 늘어나 주식시장은 외국인에게 전면 개방되고 이들은 명실공히 가장 「큰 손」으로 자리잡게 됐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가상승에 따른 시세차익 외에 대(對)미달러 환율이 떨어질 경우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 투자한도가 50% 이상으로 확대된다는 것은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단기 금융상품 투자허용〓업계는 석달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와 기업어음(CP)시장이 개방되면 22조원에 이르는 외국자금이 국내에 밀려들어올 것으로예상하고 있다. 90일짜리 미국 재무부채권(TB)의 금리가 연 5.5% 안팎에 불과한데 반해 현 국내 CP금리는 23%, CD금리는 15%대를 웃돌고 있기 때문. 외화가 국경만 넘어오면 가만 앉아서 10%포인트 이상의 금리차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거래소 이광수(李光秀)채권시장부장은 『단기채권은 투자의 과실이 돌아오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조기에 이익을 실현하고 떠나거나 재투자하기가 가장 쉬운 수단』이라고 말했다. ▼외국 회계법인의 국내진출〓대형 금융기관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아더 앤더슨 KPMG 쿠퍼스&라이브런드 등 외국의 유명 회계법인들이 조만간 국내 시중은행의 감사를 맡아 은행당 1억원꼴의 회계보수를 챙겨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공인회계사회의 한 관계자는 『고객을 빼앗기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중요 국가정보가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경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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