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다시 살리자]기업-은행 변신 늦으면 『도태』

  • 입력 1997년 12월 4일 19시 54분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을 견인해온 두 축인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국제통화기금(IMF)의 파상공세 앞에 생존의 기로에 섰다. ▼기업〓기업들에 있어 IMF태풍의 핵은 상호지급보증 축소와 연결재무제표 의무화다. 이제 우리 기업은 선단식(船團式)경영방식에서 벗어나 몸집을 가볍게 하는 것과 고금리―고환율시대와 완전 시장개방시대에서 「생존」해야 하는 두가지 과제를 안게 됐다. 지난 4월 현재 30대 대규모기업집단의 계열사끼리 서로 은행빚보증을 서준 상호지급보증률은 자기자본대비 47%, 금액으로는 33조1천억원에 달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재우(李裁雨)산업연구실장은 『지급보증을 해소하는 것은 빚을 갚는 것인데 어디서 자금을 끌어대겠느냐』며 『결국 허약한 수족을 잘라내는 수밖에 없다』고 기업의 강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또 결합재무제표가 의무화하면서 기업경영내용이 속속 들어나 더이상 오너의 독단적인 경영은 발붙일 수 없게 된다. 연세대 서승환(徐昇煥)교수는 『미국의 「대표소송권」처럼 소액주주가 경영권을 감시하는 장치가 마련될 것이고 당장 외국투자자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은 기업내용을 공개하고 솔직하게 투자자의 이해를 구하는 적극적 자세로 신인도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 과정을 거치다보면 재벌은 해체의 길이 불가피하다. 과거 계열사들이 함께 세계기업과 대적했다면 앞으로는 혼자 해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그 앞에는 △고금리고환율 △수입선다변화정책 해제 △수입 완전개방이라는 악재가 버티고 서있다. 전문가들은 신규투자는 물론이고 진행중인 투자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집중전략」을 계열사뿐만 아니라 제품까지 끌고 내려가 백화점식 제품구성이 아닌,버릴 것은 버리고 정말 승부가 가능한 제품을 집중적으로 키워나가는 전략을 펴야 한다. 그렇게해야 직원들도 쓸데없는 일을 안하고 조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금융기관〓정부와 IMF의 합의로 저성장과 통화 긴축이 예고됨에 따라 앞으로 기업 부도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며 금융기관이 부실화할 가능성도 훨씬 커졌다. 특히 외국인들에게도 금융 M&A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국내금융기관의 경영권이 무더기로 외국인들에게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전문가들은 『이같은 경영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부실채권을 최대한 줄이고 자구노력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이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전문가들은 또 IMF시대가 열림에 따라 새롭게 나타나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라고 충고한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장영(李長榮)연구위원은 『최근 부실한 금융기관에서 우량한 금융기관으로의 예금 이동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앞으로는 이같은 경향이 가속화할 것』이라면서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혁신적인 금융상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감독원 임세근(林世根)신용감독국장은 『국내 금융기관들이 집단 부실화한 것은 한보사태에서 입증된 것처럼 여신심사기법이 낙후돼 있기 때문』이라면서 『금융기관들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여신심사기법의 선진화』라고 강조했다. 〈천광암·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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