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합의문 발표]내부거래 봉쇄…사실상「재벌해체」

  • 입력 1997년 12월 3일 19시 48분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합의한 「대기성 차관 자금지원의 양해각서」는 경제에 관한한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국내의 이해집단간, 우리나라와 외국간 논란 및 줄다리기 속에 시행이 미뤄졌던 숱한 현안들이 단칼에 「해결」됐다. 당초 예상대로 금융부문 구조조정 및 개혁조치가 포함됐고 사실상 재벌해체를 의미하는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도 들어갔다. 여기에 수입제한제도 및 자동차 형식승인 폐지 등 무역 자유화조치가 추가된데다 금융정보의 공개마저 포함돼 우리경제가 발가벗겨졌다는 평이다. ▼저성장과 초긴축〓내년도 거시경제 운용목표는 실질성장률 3%, 소비자물가상승률 5%이내, 경상적자는 국내총생산(GDP) 1%(내년은 50억달러)이내로 합의됐다. 경상적자는 99년에도 GDP의 1%이내로 막아야 한다. 달러빚을 갚으려면 달러를 쓰지 말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실업률은 6∼7%로 늘어나면서 40만∼50만명의 실업자가 추가로 발생, 전체 실업자는 1백만명을 넘어설 전망. 특히 은행과 기업의 대량감원이 불가피한 만큼 구조적 실업도 급증하면서 대량실업사태가 예고된다. 저성장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통화 재정정책은 그야말로 초긴축이 될 수밖에 없다. 통화정책은 통화를 긴축운용하고 이에 따른 금리상승을 허용하기로 했다. 총통화(M2)증가율은 10%대, 시중실세금리는 18∼20%로 알려지고 있다. 시중자금난의 심화와 함께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의 연쇄도산도 예상된다. 환율제도는 현행 기준환율 ±10%의 변동폭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구제자금 5백70억달러가 유입되면 원―달러환율은 안정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재정정책은 금융구조개혁 부담을 세수확대 또는 지출삭감으로 상쇄, 균형재정 또는 흑자재정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세수확대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부가세율 감축대상 축소 △조세감면축소 △간접세 특소세 교통세 관련세율 인상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구체적 인상율은 기술적 이행문서에 담기게 되지만 부가세율의 경우 10%에서 11%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또 재정지출도 대략 7조원 정도를 감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부고속철도 등 대형국책사업, 농어촌구조개선사업 등 대통령공약사업, 노인복지수당 등 사회복지사업 등이 대폭 축소 조정된다. 공무원임금도 동결이 불가피하다. ▼금융 빅뱅의 시작〓외환위기를 초래한 은행 종금사 등 금융기관에 가혹한 조치가 내려졌다. 부실금융기관의 구조조정 및 자본확충을 추진하고 금융기관퇴출제도(폐쇄 인수 합병)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미 9개 종금사에 대해 업무정지 조치가 취해진 점을 감안하면 은행도 정리대상임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는 것은 물론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금융기관 건전성 감독기준도 마련한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연차별 경영개선계획을 마련하도록 한 것은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폐쇄나 인수합병 조치를 내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금융개혁법도 연내에 처리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보장되도록 한은법을 개정하고 금융기관의 감독책임을 지는 통합감독기구를 설립하며 이 기구에 부실금융기관 문제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독립적 권한을 부여한다. 우리가 처리하지 못한 금융개혁 법률안을 IMF의 힘을 빌려 통과시키게 된 셈이다. 금융기관의 회계 및 공시제도를 강화한 것은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즉각 처리를 의미한다. 특히 대형 금융기관의 회계감사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회계법인이 감사토록 했다. 부실상태로 드러나면 곧장 「살생부」에 오르게 되는 것. 금융분야 진입허용 일정을 앞당겨 98년 중반까지 외국 금융기관(은행 증권)의 국내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미국의 요구가 반영된 대목이다. 금융기관 해외점포에 대한 감독도 강화하고 회생이 어려운 부실점포는 정리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해외점포가 부실한 점을 고려하면 상당수 점포가 정리될 전망. 국내 금융산업의 전반적 위축이 예상된다. ▼국내시장 완전히 열린다〓세계무역기구(WTO)협정시 약속한 일정에 따라 무역관련 보조금, 수입제한 승인제, 수입선 다변화 제도를 폐지하고 수입형식승인제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국내 수출 및 수입업계의 보호막이 완전히 사라짐을 의미한다. 특히 수입선 다변화 제도의 폐지는 일본 자동차 전자제품의 전면진출을 가져오고 수입형식 승인제의 투명성 제고는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증대를 초래할 전망이다. 실제로 이는 이들 두 나라의 오랜 요구사항이다. 자본시장도 외국인 주식취득 총액한도를 연말까지 종목당 50%로, 내년에 56%로 확대한다. 외국 핫머니(단기성 투기자금)들이 국내 주가를 좌지우지하게 된 셈이다. 상업차관 도입도 점진적으로 자유화된다.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범중 하나인 금융정보가 완전히 공개된다. 외환보유고는 물론 선물환거래내용, 금융기관 부실채권, 소유구조등에관한 정보를모두공개하기로 했다. ▼재벌경영구조 사라질까〓국제기준에 의한 회계제도(계열기업군의 결합재무제표 포함)도입으로 기업재무제표의 투명성을 제고한다. 또 계열기업군의 상호지급보증제를 개선하고 부실기업 구제를 위한 보조금 성격의 정부지원을 배제하기로 했다. 상호지급보증 개선은 사실상 폐지를 의미하며 국내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이 그 타깃이다. 계열사 한개의 부실이 그룹의 부실로 연결되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결합재무제표 작성의 의무화는 계열사간 내부거래, 회계조작 등을 원천 봉쇄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현행 재벌경영의 이점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또 직접금융시장을 육성하여 기업의 부채비율을 줄이도록 하고 대량감원에 따른 실업에 대비하여 고용보험제도의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술적 이행문서는 별도로 진행된다〓합의문과 별도로 작성되는 기술적 이행문서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금융기관 정리문제의 경우 파산정리와 인수합병에 관한 구체적 처리기준 등이 담겨있어 공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정감축의 구체적 방안, 부실은행의 파산정리안 등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또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각종 조치들도 포함된다. 월별 분기별로 우리정부가 해야 할 구체적 조치들이 명확하게 제시된다. 〈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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