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기업경영]장사 「잘해야 본전」 못면해

  • 입력 1997년 12월 3일 19시 48분


IMF가 「재벌 해체」를 요구함에 따라 국내 기업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철저한 내핍 축소 지향의 경영과 기업 역량을 집중하지 않고서는 기업들의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IMF가 요구하는 고금리 고환율 시대에는 기업들이 장사를 아무리 잘해도 수익을 남기기 어렵다. 금융 비용과 환차손 부담 때문에 1천원어치 물건을 팔면 최소한 10원이 넘는 적자를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2000년까지 그룹 계열사간 빚보증을 서준 상호지급보증을 모두 없애도록 할 전망.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재우(李栽雨) 산업연구실장은 『지급보증을 없애려면 금융기관에 빚을 갚는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으로서는 계열사를 잘라내는 방법 밖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 쌍용 코오롱이 조직을 축소하고 신규투자를 연기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앞으로 그 속도와 강도는 훨씬 높아질 전망이며 결국 싫든 좋든 각 기업은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부실기업이 대거 매물로 나오겠지만 인수자로 나설 국내기업은 많지 않다. 이실장은 『결국 상당수의 기업이 외국자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멕시코의 경우 1천5백개의 기업이 외국인의 손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IMF가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요구함에 따라 정부는 결합재무제표 작성을 의무화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해외투자자와 주식투자자들이 한국에 재투자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돈만 빌려주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금융기관들도 이번 위기를 계기로 대출심사를 강화하면서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수익경영을 강화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게 된다. 외국인주식 투자한도가 확대될 수록 주주 권한을 중시하는 외국인들의 영향으로 경영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산업연구원 김용렬(金龍烈)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은 자신이 주주로 있는 기업의 자산이 다른 계열사로 빠져나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면서 『재벌계열사간 내부자거래가 현저히 줄어들고 결국 대주주가 그룹을 좌지우지하는 독단경영은 점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희성·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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