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비자금說]관련은행들 『무대응이 상책』

  • 입력 1997년 10월 9일 20시 49분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 비자금 의혹 공방에 연루된 금융기관들은 신한국당과 국민회의 어느쪽으로부터도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 신한국당이 공개한 추가자료에 대해 사실확인이나 대응을 일절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기관은 실무자들을 통해 관련 사실이 외부로 흘러나갈 것을 우려, 관계 서류조차 확인하지 말도록 단속하고 있다.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자금이 대한투자신탁의 평민당 사무총장 명의 계좌로 입금됐다는 신한국당의 폭로에 대해 대한투신 청량리지점 이범석(李範錫)지점장은 『본인의 서면에 의한 승낙이 없는 한 금융거래 내용을 외부에 밝힐 수 없다』는 원칙론만 반복했다. 그는 또 『신한국당측으로부터 노전대통령의 자금이 입금됐는지에 대한 조회를 요청받은 적도 없고 사실을 확인해준 적은 더욱 없다』고 밝혔다. 동화은행과 상업은행도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이 이들 은행 계좌에서 출금됐다는 신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대한투신과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동화은행측은 『영업부에 노전대통령의 비자금 계좌가 있었다는 내용은 검찰의 노전대통령 비자금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신한국당이 주장하는 계좌가 그 계좌인지 알 수 없지만 구체적인 출금 사실은 실명제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상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실명제 위반 여부를 떠나 긍정을 하거나 부인을 하면 어느 한 정당을 편드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면서 『이로 인한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내부 확인작업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이와 함께 10일 열리는 은행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비자금과 관련한 국회의원들의 질문 공세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며 검찰의 수사 착수 여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한국당의 주장대로 김총재 비자금 계좌가 3백49개에 이른다면 관련되지 않은 금융기관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검찰수사로 인한 파장을 우려했다. 〈정경준·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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