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원 「기아대책」 의혹…「정부-삼성 공모론」 확산

  • 입력 1997년 8월 22일 20시 40분


삼성그룹이 기아자동차 인수를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정부도 기업의 원활한 인수합병(M&A)과 기아그룹 경영진 퇴진을 일관되게 추진, 정부와 삼성의 연계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22일 『삼성보고서는 지난 3월에 작성된 것으로 현재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며 『기아그룹 인수에 대한 삼성의 입장이 크게 변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삼성그룹의 움직임을 잘 알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재경원은 지난달 기아가 부도유예협약에 적용된 뒤 「증권거래법상의 주식강제공개매수가 부도유예 기업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공정거래법상의 출자총액제한 완화도 검토해 왔다. 이와 함께 합병차익에 대한 법인세 과세 시점을 늦춰 합병 기업의 세금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추진, 제삼자의 기아 인수 걸림돌을 치우는데 주력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재경원은 특히 기아의 법정관리와 동시에 산업은행측 여신을 출자전환하는 방안도 마련했으며 이 과정을 거쳐 기아의 경영정상화가 이뤄지는대로 제삼자인수를 추진한다는 내부 방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원은 특정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세계무역기구(WTO)협정의 기본원칙에 어긋난다고 실제 이상으로 강조, 기아그룹에 대한 재정지원 불가입장을 굳혔다. 그런 가운데 재경원은 기아 정상화보다는 金善弘(김선홍)회장의 경영책임론만을 줄기차게 강조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삼성보고서를 통해 더욱 증폭된 정부와 삼성의 연계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기아에 대한 기본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어 기아사태는 혼미를 거듭할 전망이다. 재경원 관계자는 『김선홍회장이 경영권포기각서를 제출해야 긴급운영자금을 지원한다는 채권은행단의 입장은 앞으로도 계속되고 정부는 이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며 『기아의 제삼자인수는 차기정권에서나 가능한 일이므로 음모론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기아그룹은 회생불가능하다는 게 채권은행단의 판단』이라고 말해 기아그룹의 제삼자인수가 시기상의 문제일 뿐 다른 대안은 없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임규진·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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