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부도]『정태수씨 왜 고집부렸을까』

  • 입력 1997년 1월 24일 20시 14분


[許承虎기자] 한보철강 부도에 따라 한보그룹이 와해위기에 놓이면서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이 부도과정에서 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고집을 부렸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보철강의 경영권 포기각서만 쓰면 나머지 계열사들은 살릴 수 있었는데 구태여 부도가 나게 해 계열사 파국을 택한 이유가 궁금한 것이다. 가장 먼저 대두되는 설명이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것. 항간의 「설(說)」대로 고위실력자가 뒤를 봐주고 있었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그를 믿고 버텨봤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만약 이런 생각이었다면 정총회장의 희망은 완전히 빗나간 셈. 은행들은 수일전부터 단호한 입장을 취했고 청와대나 재경원도 은행의 이같은 입장을 강력히 후원했던 것이다. 특히 채권금융단이 부도당일은 물론, 2∼3일전부터 한보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표시해왔다는 점에서 한보의 대응은 상식밖이었다는 것이 중론. 또 하나 가능한 설명은 정총회장이 철강에 대한 개인적인 미련때문에 끝내 경영권을 포기하지 못했으리라는 것. 「필생의 사업」으로 생각한 철강사업을 스스로 포기하기란 인간적으로 불가능했으리라는 설명이다. 鄭譜根(정보근)한보그룹회장도 24일 기자회견에서 『부도사태 전개과정에서 야기됐던 명확하지 못한 처리태도등은 제철소에 쏟아부었던 애정이 너무 컸던데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가능한 설명은 정총회장이 「설마 부도야 내겠느냐」고 안이하게 생각했으리라는 것. 부채가 5조원에 이르는 기업을 은행이나 정부가 함부로 부도내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정도의 부도규모는 건국이래 최대규모인데다 수백개 계열사및 하청 납품업체들의 연쇄부도가 예상되는 등 파장이 워낙 메가톤급이어서 부도만은 피해갈 것으로 보았다는 풀이. 이유가 어떤 것이든 정총회장의 판단착오로 한보는 그렇게 싫어했던 주권포기각서를 쓰고난 후에도 은행에 『제발 받아달라』고 간청해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고 철강 뿐 아니라 전 그룹이 침몰의 위기를 맞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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