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어로 본 직장풍속도]불황-감원 빗댄 말 『가득』

  • 입력 1996년 12월 29일 20시 56분


「林奎振기자」 올해 직장인 사이에 가장 폭넓게 번진 유행어는 불황과 감원으로 초래된 불안한 직장생활을 표현한 것들이었다. 북한의 위협, 부실공사, 비자금사건, 경영혁신을 빗댄 용어도 입에서 입으로 전파됐다. 직장인들은 우울한 일상(日常)에 해학을 보태 웃음과 위로를 얻었다. 그 웃음은 긴 여운을 남겨 우리사회가 안고있는 고질병들을 다시 인식시켜 주기도 했다. 불황과 감원에 따른 직장인들의 심리를 반영한 유행어는 「샌드위치맨」 「고홈」 「미지사」 「빠떼루 줘얌다」 「우린 읍(없)슈」등이 꼽힌다. 샌드위치맨은 신세대사원과 부장사이에서 감원을 걱정해야 하는 30대후반 과장급 세대들 이야기. 양세대에 끼어 은퇴를 서둘러야 하는 서러움을 표현한 용어다. 고홈(Go Home)은 직장생활의 궁극적 목표가 가정이라는 뜻에서 유행했다. 월급사장들의 비참한 퇴장을 바라본 샐러리맨들의 자조적 심정을 표현했다. 미지사는 「미친 놈, 지가 사장인줄 아나봐」의 약어로 아래위없이 까부는 직원들에게 사용된 용어로 살벌한 직장분위기가 담겨 있다. 「빠떼루 줘얌다」는 직장내에서 업무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직원들을 야단치는 용어다. 애틀랜타 올림픽당시 TV의 레슬링해설위원이 자주 사용해 폭발적인 인기를 끈 말. 「빠떼루」는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않는 선수에게 주는 벌칙을 의미한다. 「우린 읍슈」는 감원바람이 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명예퇴직과 감원이 없었던 대우그룹에서 유행했다. 이 기업 저 기업에서 감원이니, 명퇴니 안좋은 소식들이 많지만 대우는 그런게 없다는 설명을 홍보실직원이 충청도 사투리를 섞어 두 단어로 압축표현한 말. 남북한 긴장관계가 지속되면서 북한이 툭하면 내뱉는 「백배천배 보복」이란 용어도 유행했다. 회사원들은 서로를 챙겨주지 않는 동료, 또는 일을 원만하게 처리하지 못한 선후배직원에게 「백배천배 보복」이란 해학적 용어로 훈계했다.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부실공사를 빗댄 용어도 유행했다. 지난해 삼풍붕괴사고에 이어 올해도 서해대교 철골조 붕괴사고 등 부실공사가 끊이자 않자 「지둘리」(「기다리라」는 의미)가 크게 유행했다. 부실공사의 근원인 한국인의 「빨리빨리」속성을 빗댄 말로 직장내에서 성격이 급한 직원들에게 많이 사용됐다. 전직 대통령 비자금사건을 빗댄 「고속도로 사과상자」는 직장인들의 조소가 담긴 유행어였다. 사과상자 한개라도 받아보았으면 하는 월급쟁이의 작은 소망이 담겨 있다. 전직대통령 비자금을 변칙 실명해준 쌍용그룹은 「사과상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경영혁신을 빗댄 유행어는 「가사불이(家社不二)」 「튀어야 산다」. 「가사불이」는 일부 그룹들의 복지후생제도가 가족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유행한 용어. 복지혜택이 없는 회사에서 직원들이 푸념조로 널리 사용했다. 「튀어야 산다」는 삼성 LG 빙그레 미원 등에서 경영혁신을 위해 톡톡튀는 신세대를 아이디어팀으로 활용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중견사원들이 자기방어용으로 사용했다. 신세대처럼 사고하고 행동해야 살아남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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