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소」 허용여부 찬-반 따진다

  • 입력 1996년 11월 14일 20시 24분


15일 통상산업부에서 열리는 공업발전심의회는 현대그룹의 일관제철소 건설과 관련, 먼저 정부가 「반대」 입장을 밝힌 후 이에 대한 전문가의 찬반 발제가 이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발심 위원들중 공무원이나 정부의 영향력아래 있는 인사들이 많아 「현대의 제철사업은 불허」의 정부입장이 뒤짚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 결정과 정책의 일관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발심에서 발제될 예정인 전문가들의 검토의견을 미리 소개한다. 「찬성」- 『독점구조 해소에 크게 기여할 듯』 ▼ 郭晩淳 한국경제연구원연구위원〓 현대의 신규진입은 철강수급 경쟁력향상 경쟁체제도입 등을 위해 바람직하다. 2000년에는 국내철강 공급부족량이 5백3만t, 2005년에는 1천7백65만t에 이를 전망이다. 국제철강연맹(ISSI)의 전망에 따르면 세계 총 철강소비는 95년부터∼2000년까지 연평균 1.9%의 높은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들의 철강소비는 감소추세이나 중국 및 아세안국가는 수요급증으로 수입을 늘리지 않을 수 없다. 국내수요의 경우 산업연구원(KIET)은 지금까지 수요예측을 항상 낮게 해 오차가 매우 컸다. 또 KIET는 2000년 국내수요를 3천9백71만t으로 예측했으나 이는 철강협회의 96년 내수전망치인 4천35만t보다 적은 수치로 신뢰도가 떨어진다. 현재 국내 철강산업은 포항제철 및 기타 가공업체들의 독과점적 시장구조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제품의 73%가 가격규제를 받고 있고 포철과 포철의 경쟁업체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대의 신규 진입규모는 약 6백만t으로 1조8천억∼2조원어치다. 이는 현대의 총매출 55조원(95년기준)과 비교하면 3.1%로 경제력 집중의 증가는 미약하다. 「반대」- 『철강수요 포화상태시대 도래』 ▼金主漢KIET연구위원〓현대그룹의 진입은 경쟁도입, 기업 자율성제고 등 측면에서 이점도 있으나 공급과잉, 과잉설비투자로 인한 자원배분왜곡, 공해물질배출 등 부작용이 더 크다. 선진국 1인당 철강소비는 일본 8백2㎏, 미국 7백6㎏, 독일 6백79㎏, 프랑스 5백60㎏ 등으로 거의 포화상태다. 우리는 95년의 1인당 소비가 8백30㎏으로 이미 포화점에 근접했다. 향후 건설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철강 다소비산업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철강소비는 크게 늘지 않을 것이다. 현대가 당장 철강산업에 진입한다고 해도 본격생산에 들어가는 2005년경에는 국내 철강수요는 정체상태에 이르러 과잉설비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동남아 중국 일본등에서의 경쟁격화로 수출증대도 쉽지 않다. 대규모 일관제철소 건설시 6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같은 자원을 성숙기의 철강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기술적으로 고로는 경쟁력이 약화되는 반면 전기로가 부상하는 추세다. 특히 융용환원 제철법 등 혁신기술이 상용화되면 고로의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될 것이다. 일관제철소는 또 환경측면에서도 불리해 최근 국제적인 규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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