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의 5배 걸려…컨테이너서 ‘땀띠’나게 사물놀이 연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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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5월 9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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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장애인 음악치료 프로그램으로 만난 청년 연주가들
사물놀이 넘어 다양한 창작 음악으로 활동 영역 넓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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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을 내자면 사람들이 장애인이 음악을 가꿔나가는 곳을 떠올렸을 때 ‘땀띠’가 생각났으면 좋겠어요.”

장애인사물놀이연주단 ‘땀띠’가 창단 20주년을 맞아 서울 국립극장에서 기념 공연을 연다. 땀띠는 서로 다른 중증장애를 가진 청년 고태욱·이석현·박준호·조형곤씨가 2003년 장애인 음악치료 프로그램 일환으로 모여 시작한 장애인 국악 연주단이다.

2004년 전국장애인풍물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땀띠는 봉산탈춤, 열두발상모놀음 등을 익히며 본격적인 창작국악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창작 국악곡 5곡을 담을 음반을 발매했으며 같은 해 일본 동경예대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이번 20주년 공연에서는 국악에 기반한 다양한 창작 국악을 선보인다. 기존 국악 무대에서 사용하지 않는 리코더, 실로폰, 기타, 멜로디언 등을 맴버들이 직접 연주하고, 송경근 음악감독이 이끄는 월드뮤직그룹 ‘공명’과 협연도 한다.

땀띠에서 꾕과리를 담당하고 있는 이석현씨는 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년 전 땀띠 맴버들이 음악 치료로 장구를 처음 시작했는데 이제는 큰 공연을 앞두고 있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이씨는 “신체적으로 불리하거나 의사소통이 어려워서 초기에는 선생님들이 연주를 해주시면 그걸 그대로 외워서 연주를 했다”며 “비장애인팀이 하나의 곡을 익히는데 한 단위의 시간이 걸렸다면 땀띠는 5배의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신체적 한계 때문에 배움의 속도는 느렸지만 땀띠 맴버들은 포기하지 않고 작은 성과부터 이뤄나갔다. 특히 징과 장구를 담당하는 맴버 조형곤 씨는 충북 진천과 서울을 오가며 연습에 꾸준히 매진했다. 이런 노력 끝에 맴버 한 명당 연주할 수 있는 악기는 10여 가지에 달한다.

이씨는 “첫 대회에 출전하려고 한여름에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합숙하며 연습했는데 모두에게 땀띠가 생겨 팀 이름을 ‘땀띠’라고 지었다”며 “땀띠가 나도록 연습하면 기억과 각오를 잘 가지고 나간다면 앞으로의 음악 활동도 굉장히 좋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고 말했다.

땀띠 맴버들은 이탈 없이 20년 동안 활동을 할 수 있는 비결로 ‘자율성’을 꼽았다. 정기적으로 연습을 하는 다른 팀들과 달리 맴버 4명이 각자 개인생활을 유지하며 틈틈이 만나 연습을 하고 있다. 20년이라는 긴 세월이 만든 땀띠만의 룰이다.

이씨는 “서로의 일과 시간, 각자의 생활을 존중하면서도 공연과 연습 시간이 정해지면 멤버들 모두 잘 지킨다”며 “서로의 삶을 존중하면서 그 안에 땀띠 활동을 녹여낸 것이 꾸준함의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연에서 땀띠의 이야기, 땀띠가 걸어온 길을 많은 분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이를 발돋음해서 앞으로 30주년 40주년에도 계속 공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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