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특집 학술지 발간… 전시실 면적은 2배로… 고구려 콘텐츠 확장 나선 국립중앙박물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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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백제 비해 부족한 전시 강화
광개토비 관련 中 논문 전문 번역
“90년대이후 발굴 유물도 전시할것”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역사의 길’에 세워진 디지털 광개토대왕릉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역사의 길’에 세워진 디지털 광개토대왕릉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만일 이 비석이 없었다면 고구려가 신라와 백잔(百殘·백제를 낮춰 일컫는 말)을 정벌한 일은 깊이 파묻혀 세상에 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 금석학자 나진옥(1866∼1940)이 1908년 광개토대왕릉비에 대해 쓴 글 ‘고려호태왕비발(高麗好太王碑跋)’의 일부다. 고려호태왕비발은 고구려의 시호와 광개토대왕의 재위 기간 및 사망한 해, 비문 중 장례일자 등을 토대로 광개토비의 건립 연도를 414년으로 고증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발간한 고고학지 29권에는 고려호태왕비발 등 중국 학자들이 광개토비에 대해 쓴 글 11편이 한글로 번역돼 실렸다. 이 자료들은 그동안 비석 건립 시점이나 탁본 제작 과정을 살펴보는 근거로 활용돼 왔다. 논문을 통해 일부가 번역된 적은 있지만, 전문을 번역해 역주를 단 것은 처음이다. 박물관은 비문 원석 탁본인 청명(靑溟)본 구입과 비석 디지털 복원본 공개를 계기로 역주 자료를 작성했다.

이태희 박물관 학예연구관은 “그동안 광개토비 관련 중국 자료를 일부만 번역해 소개하다 보니 내용의 전후 맥락을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이번 역주 자료가 비석을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고고학지 29권은 고구려의 영토 확장과 고분벽화 등을 다룬 논문을 포함해 ‘고구려 특집’으로 구성됐다. 이번 자료는 박물관이 진행 중인 선사고대관 내 고구려실 개편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박물관은 신라나 백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고구려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상설관 내 고구려실 면적은 258㎡로 신라실(718㎡)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고구려의 영토가 현재의 북한이나 만주 지역에 걸쳐 있어 신라, 백제에 비해 발굴 유물이 적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올해 말까지 고구려실 면적을 두 배 가까이(478㎡)로 늘리고, 관련 전시품도 확대할 예정이다. 윤상덕 박물관 고고역사부장은 “1990년대 이후 남한에서 발굴된 유물도 새롭게 전시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발굴 조사가 진행된 고구려 성곽인 경기 연천군 호로고루(瓠蘆古壘) 유적이 대표적이다. 고구려 초석 건물터와 지하 집수정 등이 발견된 호로고루는 5세기 고구려의 남진 정책을 위한 군사 요충지로 활용됐다. 2004년 사적으로 지정된 ‘아차산 일대 보루군(堡壘群)’에서 출토된 생활용구와 무기류도 고구려실 전시에 포함될 예정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고구려 콘텐츠#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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