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특파원 출신 언론인이 본 생생한 중동 이슈 분석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8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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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인사이트: 세계의 판도가 바뀐다/이세형 지음/474쪽·2만2000원·들녘

아람코, 네옴 프로젝트, 하마스, 가자지구 전쟁, 에듀케이션시티, 2030 리야드 엑스포….

신간은 최근 국제뉴스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중동 이슈들을 현장감 있게 분석했다. 책에는 ‘새벽 어시장의 활어’처럼 살아 있는 정보와 이야기가 넘친다. 심각하고 진지한 이슈와 말랑말랑하고 재미있는 주제가 고르게 담겨 있다. 중동에서 새로운 사건과 변화가 생길 때마다 ‘참고서’로 활용하기에도 좋은 책이다.

책에서는 중동의 오랜 갈등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패권 경쟁’을 분석할 때도 현지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았다.

여전히 끝날 기미가 안 보이는 ‘가자지구 전쟁’도 비중 있게 다룬다. 인명을 경시하고, 대안 없는 무력 투쟁을 펼치는 하마스에 비판적이지만,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또 다른 차원의 분노를 가진 아랍 사람들의 정서를 자세히 설명한다. 동시에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겪은 충격과 집요한 보복의 배경도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수니파 아랍 왕정 산유국들이 신정 공화정 체제의 시아파 종주국 이란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녹여냈다.

‘분쟁’보다 중동의 더 현실적인 고민인 ‘포스트 석유 시대’와 관련된 내용이 풍부하다는 것도 책의 매력 포인트.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한 파격적인 투자, 이집트가 전통과 문화의 도시 카이로를 대신할 신행정수도 건설에 나선 이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살아난 두바이 경제, 이스라엘의 첨단 과학기술 산업, 국부펀드를 통한 중동 산유국들의 영향력 키우기 전략, 사우디 왕세자의 ‘피라미드 만들기’로 여겨지는 네옴 프로젝트 등 한국 경제와 기업에 현실적으로 와 닿는 이야기가 담겼다.

저자는 동아일보·채널A 카이로특파원과 국제부 차장을 지냈고, 카타르의 싱크탱크인 아랍조사정책연구원(Arab Center for Research and Policy Studies‧ACRPS)의 방문연구원으로도 활동했다. 한국 기자 중 유일하게 ‘사우디 관광개방’, ‘아람코의 4차 산업혁명 기술 연구개발(R&D)센터’, ‘사우디 미래투자이니셔티브포럼(일명 사막의 다보스 포럼)’ 등을 현장에서 취재했다. 또 ‘두바이 경제위기’, ‘카타르 단교 사태’, ‘중동의 코로나19 팬데믹’, ‘미국과 탈레반 간의 평화협상’ 같은 대형 이슈도 현장에서 취재했다.

저자는 “중동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게 국제정세를 이해하고 ‘글로벌 마인드’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같이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나라들이 모두 중동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나아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이른바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나라들 가운데 중동에 관심이 없는 나라는 없다.

저자는 단행본 ‘중동 라이벌리즘’과 ‘있는 그대로 카타르’를 펴냈고, 동아일보 디지털콘텐츠와 신동아에 ‘이세형의 더 가까이 중동’을 연재 중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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