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맞던 ‘내소사 동종’ 지키려 국보 추진… ‘고려 걸작’ 널리 알릴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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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 내소사 주지 진성 스님
보종각에 방치돼 훼손 우려
절 안에 보존시설 지어 옮겨와
“박물관으로 발전시켜 전시 계획”

지난달 9일 전북 부안군 내소사에서 ‘내소사 동종(銅鐘·구리로 만든 종·사진)’ 국보 지정식이 열렸다. 높이 104.8cm, 입지름(원통 모양으로 된 물건의 지름) 67.2cm로 고려 후기 동종 중 가장 큰 이 종은 1963년 보물로 지정됐으며 지난해 12월 국보로 승격됐다. 5일 내소사에서 만난 주지 진성 스님은 “지금은 보존 때문에 수장고에 있지만 빠른 시간 내에 모든 국민이 내소사 동종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내소사 동종은 통일신라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고려의 예술혼이 잘 깃든 걸작으로 꼽힌다. 용이 입을 벌린 채 살아서 날아갈 것 같은 용뉴(종을 매달기 위한 고리), 섬세한 꽃잎으로 표현된 4개의 당좌(撞座·범종을 칠 때 당목이 닿는 곳), 균형 잡힌 비례와 몸체의 아름다운 곡선 등 뛰어난 조형성과 장식성은 고려 후기 동종의 본보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종 아랫부분과 윗부분을 두른 덩굴무늬 띠, 어깨 부분에 표현된 입체적인 연꽃 문양도 아름다움을 더한다. 몸체에 부처가 설법할 때 그 주변에서 부처의 공덕을 찬양하는 존재인 천인상(天人像) 대신 삼존상을 부조로 배치한 점도 눈길을 끈다. 삼존상은 불교에서 받들어 모셔야 할 세 분의 존귀한 존재, 부처와 양옆에 두 보살을 나란히 새긴 조각상을 뜻한다.

보기 드물게 종을 만든 내력이 담긴 주종기(鑄鐘記)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도 역사적 가치가 크다. 주종기에 따르면 이 종은 고려 고종 9년(1222년) 한중서(韓冲敍)라는 장인이 만들었다. 원래 ‘청림사’라는 절에 봉안됐다가 1850년(조선 철종 1년) 내소사로 옮겨졌는데, 이런 내용을 적은 이안기(移安記)가 몸체에 새겨져 있다. 한중서는 13세기 초·중반 활동한 장인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아 고령사 청동북(1213년), 복천사 청동북(1238년), 신룡사명 소종(1238년), 옥천사 청동북(1252년) 등 여러 작품을 남겼다. 이 때문에 문화재청은 국보 승격 당시 “내소사 동종은 양식, 의장, 주조 등에서 한국 범종 역사와 제작 기술, 기법을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라며 “주종기와 이안기 등을 통해 봉안처, 발원자, 제작 장인 등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고 밝혔다.

진성 스님은 “나라의 보물(동종)이 훼손되는 걸 막기 위해 수장고를 짓고 국보 승격을 추진했는데 7, 8년 만에 이룰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부안=이진구 기자 sys1201 @donga.com
진성 스님은 “나라의 보물(동종)이 훼손되는 걸 막기 위해 수장고를 짓고 국보 승격을 추진했는데 7, 8년 만에 이룰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부안=이진구 기자 sys1201 @donga.com
내소사 동종이 국보로 승격될 수 있었던 데는 출가 이후 40년 넘게 이 절에서 생활하며 동종을 지켜온 진성 스님의 노력이 숨어 있다. 진성 스님은 “원래 경내 보종각 안에 있었는데, 구경 오는 사람마다 어떤 소리가 나는지 궁금하다고 동전이나 심지어 돌을 던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나라의 보물이 어떻게 훼손될지 몰라 2017년 주지가 되면서 절 안에 수장고를 짓고 동시에 국보 승격도 추진하게 됐다는 것. 진성 스님은 “보존이 시급해 먼저 수장고에 보관했는데 (수장고를) 상설 박물관, 전시관으로 이용하기에는 시설과 관리 인력 등의 면에서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특정 기간이나 행사 때 공개 전시하고,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수장고를 박물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 누구나 와서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안=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전북#부안#내소사#주지 진성 스님#내소사 동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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