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산 스텐냄비 ‘쓱’ 닦았더니…내 몸에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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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1월 10일 0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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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연마제 안 나올 때까지 닦아야하나”
전문가 “인체 문제 없어…한두 번만 닦으면 돼”

키친타월에 식용유를 묻힌 뒤 새 냄비를 닦아내자 다량의 연마제가 묻어나왔다.
키친타월에 식용유를 묻힌 뒤 새 냄비를 닦아내자 다량의 연마제가 묻어나왔다.

“새까만 가루가 이렇게나 많이 나올 줄 몰랐다.”

최근 한 육아 관련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아기 이유식을 조리하기 위해 구매한 스테인리스 냄비에서 연마제가 과하게 나왔다는 우려 섞인 글이 올라왔다. 냄비를 사용하기 전 연마제 제거 작업을 했는데, 이때 새까만 가루가 키친타월에 다량 묻어 나왔다는 것이다. 구매자인 A 씨는 연마제를 닦아내며 해당 제품을 ‘아기용’으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이는 스테인리스 조리도구를 자주 사용하는 이들의 공통된 궁금증이다. B 씨는 캠퍼(캠핑 애호가)들이 모인 한 카페에 “깨끗해질 때까지 (연마제 제거 작업을) 하지도 못 했는데 키친타월을 한 롤 반이나 썼다”며 “(닦는 과정을) 무한 반복해도 (연마제가) 계속 묻어 나온다”고 토로했다. 그가 공개한 사진 속에는 거뭇한 연마제가 묻은 키친타월이 가득했다.

스테인리스는 내구성과 내열성이 뛰어나고 부식에 강해 냄비 등 조리도구, 캠핑용 세트, 텀블러 등에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새로 구입한 스테인리스 식기에는 스테인리스를 깎거나 광택을 내기 위해 사용되는 물질인 연마제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구매자들은 이 연마제가 인체에 해로울지 모른다는 생각에 번거로운 연마제 제거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다. 여러 번의 제거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안심하고 사용한다는 후기들이 많았다.

기자도 연마제를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사은품으로 받은 뒤 보관만 하던 냄비 하나를 꺼내 식용유를 묻힌 뒤 키친타월로 닦아내 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새까맣게 연마제가 묻어나온 것. 수차례를 닦아내자 그제야 키친타월에 연마제가 소량만 묻어 나왔다. 사용한 키친타월을 보며 여태껏 연마제를 제거하지 않고 사용한 주방용품이 떠올랐다. 이 연마제, 우리 몸에는 괜찮은 것일까.

전문가 “한두 번 닦아낸 뒤 사용하면 문제 없어”
참고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참고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주로 사용되는 연마제 성분은 스테아린산과 산화알루미늄이다. 두 물질 모두 인체에 해를 주지 않는다고 식약처는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가 국산 제품만 사용하는 것은 아닐 터. 해외 제품은 연마제로 탄화규소가 주로 사용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이 탄화규소를 발암추정물질로 분류했다. 소비자가 불안해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발암’ 이라는 단어에 공포심이 더 크게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IARC는 인체 발암 여부에 따라 물질을 1·2A·2B·3·4 등 5개 군(群)으로 분류하고 있다. 탄화규소가 속한 2A군은 ‘발암추정물질’을 뜻한다. 동물에게서는 발암성 입증 자료가 있으나 사람을 상대로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튀김과 적색육, 야간근무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보다 발암 개연성이 높은 1군에는 술과 담배, 가공육 등이 있다. 3군은 발암물질로 분류가 곤란한 물질, 4군은 발암물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 커뮤니케이션)는 “1군은 발암성이 크다는 것이 아니고 인체 발암성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강도에 따라 분류하는 게 아니다”라며 “술, 햇빛(자외선)이 1군이다. 우리가 낮에 돌아다닌다고 다 암에 걸리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특히나 2A군은 인체 발암성 여부가 불확실하다. 이 교수는 “2A군에 속하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가 답”이라며 “사용 전 한두 번 정도 연마제 제거를 하면 (인체에) 문제될 일은 없다”고 했다.

연마제는 물로 세척해서는 제거되지 않는다. 기름으로 닦아내야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키친타월에 식용유를 묻힌 뒤 닦아주거나 기름을 두르고 가열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이 교수는 “탄화규소는 비극성 물질이기 때문에 극성 물질인 물과 섞이지 않고, 같은 비극성 물질인 기름과 잘 섞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식약처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스테아린산 제거 방법에 대해 “식초와 물을 1:9로 혼합해 15분 정도 끓여준 후 중성세제로 세척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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