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주제로 영화 보듯 감상하는 전시 만들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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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광주비엔날레 부리오 예술감독
“공간의 변화, 소리 개념으로 구현”

26일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주제 및 방향성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예술감독을 맡은 니콜라 부리오가 전시 주제를 설명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6일 열린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주제 및 방향성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예술감독을 맡은 니콜라 부리오가 전시 주제를 설명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024년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주제가 ‘판소리―21세기 사운드스케이프’로 정해졌다.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니콜라 부리오(58)는 26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 한 장면을 재생했다. 소리꾼 송화(오정해)가 산을 바라보며 소리를 하는 30초 분량의 장면이 나온 뒤 그는 “이 영상이 다음 비엔날레의 주제와 형식을 보여준다”고 했다.

부리오 예술감독은 ‘공간’을 화두로 삼았다. 그는 기후 변화와 팬데믹 등 지구 전체에 일어난 공간의 변화를 소리의 개념으로 구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시장, 광장 등 사람들이 모여드는 공적 장소인 ‘판’과 ‘소리’가 결합된 판소리가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판소리가 서사를 가진 구조라는 점도 고려됐다. 부리오는 “비엔날레가 작품을 나열하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며 “이야기가 있는 구조와 길을 따라가며 마치 영화를 보듯 감상하는 전시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전시를 구성할 3개 섹션은 ‘라르센 효과’ ‘다성 음악’ ‘태초의 소리’다. 라르센 효과는 여러 대의 스피커가 너무 가까이 있을 때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간 때문에 포화상태가 된 지구의 문제를 다룬다. 다성 음악은 서로 다른 소리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음악으로, 인간뿐 아니라 식물 동물 기계 등 경계를 넘나들며 여러 존재와 대화하는 예술가들의 시도를 보여준다. 태초의 소리는 단순하면서도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프랑스 출신 큐레이터인 부리오는 ‘관계의 미학’(1998년), ‘포스트프로덕션’(2002년) 등 저서를 내며 현대미술 담론을 이끌어 온 인물 중 하나다. 1999∼2006년 프랑스 파리의 미술관 팔레 드 도쿄의 공동 디렉터를 맡았고, 세계 각국의 주요 비엔날레를 기획했다.

광주비엔날레에 요구하는 ‘광주 정신’에 대해서는 “명백한 방식보다 간접적 방식을 택할 것”이라며 “광주가 가진 역사적 상황과 기억, 흔적을 담는 과정에서 (광주 정신도)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내년 9월경 개최될 예정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판소리#전시#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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