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중에서도 ‘흑칠나전이층농’은 2020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국외 소재 문화재 보존복원 지원으로 수장고에서 나와 빛을 볼 수 있었다. 고종의 특명으로 당대 가장 뛰어난 나전 장인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농 하단부에 십장생(十長生) 문양 나전을 부착해 니콜라이 2세의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1920년 일본에 실톱이 도입되며 자개를 실처럼 잘게 잘라 붙이는 ‘끊음질’ 나전 기법이 유행했는데, 이 작품은 일본보다 30년 앞서 조선 공예사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선의 마지막 천재 화가로 불리는 장승업(1843~1897)의 걸작 2점도 최초 공개된다.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은 ‘고사인물도(故事人物畵·역사나 신화 속 인물과 관련된 일화를 그린 그림)’ 연작 4점 중 ‘노자출관도(老子出關圖)’와 ‘취태백도(醉太白圖)’ 2점이다. 두 작품 모두 세로 174.3㎝ 가로 65㎝ 크기의 대작으로 학계에서도 알려진 바가 없는 걸작으로 꼽힌다. 그림 왼쪽 하단에는 ‘吾園 張承業(오원 장승업)’ 서명 앞에 ‘朝鮮(조선)’이라는 국호를 붙여 이 작품이 외교 선물을 전제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밖에도 ‘진수영보(眞壽永寶·참다움과 장수, 영원한 보물)’를 새긴 ‘백동향로’ 2점도 선보인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앞으로도 나라 밖 중요 유물의 복원 등을 지원해 세계 속 우리 문화재 가치를 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