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등 세 사람 삶 지각변동 그려
‘골든글로브’ 배경음악 재즈도 주목

영화는 192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호화 저택에서 난잡한 파티가 열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술과 마약에 찌든 사람들은 주변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욕구를 있는 그대로 분출한다. 영화계에서 일하는 게 꿈인 멕시코인 매니(디에고 칼바)는 파티에서 심부름꾼으로 일하다 당대 최고의 무성 영화배우 잭(브래드 피트)의 눈에 들어 촬영장 보조가 된다. 우연히 대타로 영화에 출연하게 된 배우 지망생 넬리(마고 로비)는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이듬해 최초의 유성 영화가 개봉하면서 세 사람의 삶에 지각 변동이 일어난다. 유성 영화에 적응하지 못한 잭은 점점 뒷방으로 밀려나고, 넬리 역시 유성 영화배우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도박에 손을 대며 추락한다. 매니는 기회를 잡아 감독 자리에 오르지만 곤경에 빠진 넬리를 구하려다가 모든 걸 잃을 위기에 처한다. 영화는 세 사람의 삶을 따라가며 그들의 열정과 영광의 순간, 욕망과 타락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그 배경인 할리우드의 어두운 이면을 까발린다. ‘할리우드에 대한 증오의 편지이자 영화를 향한 러브레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음악영화로 정평이 난 감독의 작품답게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재즈도 귀를 사로잡는다. 셔젤의 하버드대 동문이자 전작들을 함께 작업한 저스틴 허위츠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영화 후반부, 재즈 음악과 함께 할리우드 영화 주요 작품 장면들을 리드미컬하게 보여주는 낯선 대목에 대해 셔젤 감독은 “프리 재즈 같은 것”이라고 했다. 영화는 제80회 골든글로브 5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허위츠가 음악상을 수상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