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마리 고양이 더 가깝게 볼 수 있는 자리는?…알고보면 더 재밌는 뮤지컬 ‘캣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5일 13시 59분


코멘트
뮤지컬 ‘캣츠’의 백미 ‘젤리클석’이 5년 만에 돌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18년 공연을 끝으로 중단됐던 젤리클석은 26마리 고양이로 변신한 배우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자리다. 이번 공연이 펼쳐지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경우 1층 통로에 맞닿은 290여 석이 해당된다. 아는 만큼 보이고, 자세히 볼수록 재밌는 ‘캣츠’를 감상하기 앞서 의상과 장면 등에 숨은 각종 팁들을 소개한다.

뮤지컬 ‘캣츠’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젤리클 고양이들이 군무. 클립서비스 제공.
뮤지컬 ‘캣츠’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젤리클 고양이들이 군무. 클립서비스 제공.


●고양이별 성격 고스란히 담긴 의상과 분장
‘캣츠’ 무대의상은 고양이의 자태를 온전히 보여주기 위한 고탄성 소재 ‘라이크라(Lycra)’로 만든다. 캐릭터별 성격을 엿보기 위해서는 이 라이크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된다. 성격에 걸맞는 색과 무늬를 전용 브러시로 그려넣기 때문이다. 악당 고양이 ‘맥캐버티’는 강렬한 빨간색 바탕에 노란색 번개 패턴을 입혔다. 점잖은 사회자 고양이 멍커스트랩은 중재와 절제의 이미지를 강조하고자 회색·흰색 줄무늬로 장식했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 의상과 분장을 총괄한 안현주 수퍼바이저는 “국내는 물론 영국·호주 등지에서 소재를 공수하며 의상 총 제작기간은 5~6개월에 달한다”며 “배우들이 등·퇴장마다 옷을 갈아입는 일반 공연들과 달리 캐릭터별 단 한 벌의 의상으로 캐릭터를 구현해내야 하기에 까다롭고 신중하게 작업한다”고 말했다.

밤이 되자 육중한 털옷을 벗어던진 제니애니닷. 커튼 술로 만든 화려한 의상을 입고 현란하게 탭댄스를 춘다. 클립서비스 제공.
밤이 되자 육중한 털옷을 벗어던진 제니애니닷. 커튼 술로 만든 화려한 의상을 입고 현란하게 탭댄스를 춘다. 클립서비스 제공.
팔다리와 몸통의 털 생김새에도 캐릭터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격렬한 안무를 고려해 무거운 페이크퍼(모조 털) 대신 가벼운 천이나 털실을 꼬아 풍성함을 표현했다. 낮에는 두꺼운 털실로 만든 옷을 입고서 누워있는 ‘제니애니닷’은 밤이 되면 털옷을 벗어던지고 탭댄스를 추는데, 이때 의상은 화려하면서도 가벼운 커튼 술로 만들어졌다.

마술사 고양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는 블랙 앤 화이트 메이크업을 통해 신비함을 드러낸다. 클립서비스 제공.
마술사 고양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는 블랙 앤 화이트 메이크업을 통해 신비함을 드러낸다. 클립서비스 제공.
고양이로 변신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인 분장도 감상 포인트다. 마술사 고양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는 형형색색 고양이들 사이에서 흑백 메이크업으로 분해 신비한 매력을 강조했다. 분장과 하나로 이어지는 가발의 경우 인모(人毛)를 염색한 뒤 펌 등 스타일링을 거쳐 만든다. 어린 고양이 ‘엘렉트라’는 보송한 솜털 느낌을 강조하고자 커트로 모발을 부풀리고 3~4가지 색으로 염색해 발랄함을 더했다.

26마리의 고양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예언가 고양이 ‘올드 듀터로노미’. 인터미션에도 무대에 남아 관객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클립서비스 제공.
26마리의 고양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예언가 고양이 ‘올드 듀터로노미’. 인터미션에도 무대에 남아 관객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클립서비스 제공.

●인터미션에도 무대 위 남는 고양이의 정체
고양이들의 매력은 특정 장면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이번 공연에서 세계적인 배우 브래드 리틀이 배역을 맡은 ‘올드 듀터러노미’는 1년에 단 한번, 새로 태어날 고양이를 뽑는 역할인 만큼 주변 사연에 귀 기울이는 캐릭터다. 1막이 끝나고 모든 배우들이 무대를 떠나도 홀로 무대에 남아 객석에 앉은 관객들을 지켜보는 이유다. 관객들은 ‘인터미션인데 왜 백스테이지에 들어가지 않나’ 의아해 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이러한 콘셉트 때문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연출 하나하나에도 캐릭터가 담겼다. 한때 매혹적인 고양이였던 ‘그리자벨라’는 넓은 세상으로 모험을 떠났다가 초라하고 늙은 모습으로 돌아와 고독한 삶을 산다. 어른 고양이들이 그를 경계할 때 먼저 다가가는 건 바로 순수한 아이 고양이들. 장난끼가 많은 만큼 무대 한편에서 투닥거리며 싸우는 모습도 보여준다. 하수구, 트렁크 등 무대 곳곳에 숨겨진 세트에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고양이들을 찾는 재미도 있다.

내한 공연에선 어린 고양이 ‘제마이마’가 킬러넘버 ‘메모리’ 중 한 소절을 한국어 가사로 불러준다. 클립서비스 제공.
내한 공연에선 어린 고양이 ‘제마이마’가 킬러넘버 ‘메모리’ 중 한 소절을 한국어 가사로 불러준다. 클립서비스 제공.
그리자벨라가 애절하게 부르는 ‘캣츠’의 킬러넘버 ‘메모리(Memory)’는 뮤지컬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명곡 중 하나다. 1981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에 의해 180여 회 넘게 레코딩 됐다. 국내 제작사인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미국에선 라디오와 TV로 100만 번 이상 송출됐는데 이는 5년간 쉬지 않고 반복 재생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선 호기심 많은 고양이 ‘제마이마’가 2막을 열며 한국어 가사로 한 소절을 불러준다. 서울 공연은 3월 12일까지, 6만~17만 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