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곤충이 사라지고 있다… 다음 스텝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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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지구/데이브 굴슨 지음·이한음 옮김/416쪽·2만2000원·까치

‘징그럽고 성가신 존재.’

사람들이 곤충을 떠올렸을 때 흔히 갖는 생각이다. 정작 곤충의 중요성에 관심을 갖는 이는 많지 않다. 영국 서식스대 생물학과 교수인 저자는 곤충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곤충은 먹이사슬 기본 단계의 단백질원이기에 곤충이 사라졌을 때 포식자들이 연쇄적으로 멸종한다. 인구의 80%가 2000종에 달하는 곤충을 먹고 있다는 점에서 인류 식량 공급에도 차질이 생긴다. 곤충은 식물에게 꽃가루를 옮기고 해충을 없애는 등 생태계 유지에도 큰 역할을 한다. 저자는 곤충이 생명체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며 환경 파괴로 곤충이 감소하고 있는 현실에 경고를 던진다.

생물다양성이 줄어드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저자는 날아가던 곤충이 부딪히면 갇히는 텐트를 독일 각지에 설치해 매년 텐트에 갇히는 곤충 무게를 추적했는데, 1989년부터 2016년까지 26년 사이 덫에 걸린 곤충의 무게가 75% 감소했다. 월동기간 멕시코의 한 산맥에 모이는 제왕나비 개체수를 센 결과 이곳에서 발견된 제왕나비는 1997년 120만 마리에서 2019년엔 3만 마리로 줄었다.

곤충 감소의 가장 큰 책임은 원시 자연 서식지를 무차별적으로 개발해온 인간에게 있다. 실제로 위성 영상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열대림은 연간 7만5000m², 하루에 약 200m²의 속도로 개간되고 있다. 비료, 농약 등 화학물질 증가도 심각하다. 해충이 농약에 내성을 띠기 시작하면서 농민들은 80여 년간 더 많은 농약을 뿌려야 했고, 살충제가 수십 년간 잔류하면서 먹이사슬을 따라 독성이 축적됐다.

저자는 곤충 보존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변화를 도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2019년 독일 바이에른 주민들은 곤충 감소에 대한 우려로 곤충 친화적 서식지를 조성하자는 내용을 담은 자연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청원했고, 200만 명이 서명했다. 농약 업체로부터 로비를 받던 당시 집권당은 이를 기각하려 했지만 풀뿌리 운동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법안 통과로 이어졌다. 중고등학교에서 자연 탐구 시간을 마련하고, 자연사를 대입 시험에 포함시키자는 제안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침묵의 지구#곤충#먹이사슬#무차별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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