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없는 자는 몰지성의 시대에 휩쓸린다는 교훈 얻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7일 11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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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배신의 시대’ 출간 정태헌 고려대 교수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1880년대생 청년들은 어떤 세상에서 어떤 생각을 품고 살았을까. 제국주의 침략 전쟁이 전 세계를 휩쓸었던 20세기 한·중·일 서로 다른 나라에서 태어난 청년 6인은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다른’ 선택으로 전혀 다른 삶의 궤적을 남겼다. 누군가는 평화와 인권을 지켜낸 혁명가로, 또 다른 누군가는 제국주의의 침략을 옹호하는 전범이자 배신자로.

21세기북스가 기원전부터 19세기에 이르는 각 세기의 시대정신을 돌아보는 인문 교양 총서 ‘역사의 시그니처’의 첫 책 ‘혁명과 배신의 시대’(21세기북스)를 1일 선보였다. 동·서양을 아울러 각 9권씩 총 18권 시리즈로 기획된 시리즈는 시대를 대표하는 여러 인물의 생애를 통해 당대 지배적이었던 시대상과 가치관을 담아내려는 시도다.

정태헌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가 21세기북스의 인문 교양 총서의 첫 번째 책 \'혁명과 배신의 시대\'를 소개하고 있다. 21세기북스 제공


총서의 첫 문을 연 정태헌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64·사진)는 6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불과 1세기 전 동아시아를 대표했던 6인의 생애를 반추하며 어떤 선택을 하며 매일의 삶을 살아가야 할지 사유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20세기 동아시아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은 6인은 모두 19세기 말에 태어나 침략전쟁이 벌어진 동아시아에서 청년기를 보냈다. ‘내선일체(內鮮一體·일본과 조선은 하나다)’를 옹호하며 변절자로 전락한 춘원 이광수(1892~1950)와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외무부장 등을 지낸 독립지사 조소앙(1887~1958),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총리였던 도조 히데키(東條英機·1884∼1948)와 식민지 한국 독립지사를 위해 법정에 선 인권 변호사 후세 다쓰지(布施辰治·1880∼1953), 중화민족을 배신하고 친일정부 주석을 지낸 중국의 정치가 왕징웨이(汪精衛·1883~1944)와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던 중국의 사상가 루쉰(魯迅·1881~1936). 정 교수는 “이들은 세상을 떠났지만 이들이 남긴 시대 정신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잔존한다”고 설명했다.

“책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는 A급 전범 도조 히데키가 1978년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사실로 끝맺었습니다. 일본 사회는 아직까지 근대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도조 히데키를 영웅으로 기억합니다. 근대의 그림자는 아직도 동아시아에 드리워져 있어요.”



근대가 그림자만 남긴 것은 아니다. 정 교수는 침략국가 일본에서 도조 히데키와는 다른 인권 변호사의 길을 선택한 인권변호사 후세 다쓰지의 삶에서 근대가 남긴 희망을 봤다. 그는 1919년 2월 8일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다 체포된 한국인 유학생 9명을 변호하고 한일병합조약에 대해 “자본주의적 제국주의의 침략’이라고 비판한 지성인이었다. 정 교수는 “시대를 비판적으로 성찰하지 않는 자는 결국 몰지성의 시대에 휩쓸린다”며 ”국가는 물론 민족, 젠더, 인종을 초월해 오직 인권을 변호한 후세 다쓰지가 남긴 시대정신은 시대를 뛰어넘어 우리가 지켜가야 할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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