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이들이 전화로 “탈출해” 단서 주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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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블랙폰’ 오늘 개봉
‘로맨틱’ 이선 호크 사이코패스 변신
가면 쓴 섬뜩-잔혹한 연기 압권

영화 ‘블랙폰’에서 피니(메이슨 테임스·오른쪽)가 가면을 쓴 그래버(이선 호크)에게 납치된 모습. 유니버설픽처스 제공
영화 ‘블랙폰’에서 피니(메이슨 테임스·오른쪽)가 가면을 쓴 그래버(이선 호크)에게 납치된 모습. 유니버설픽처스 제공
1970년대 미국 덴버의 한 마을. 동네 남자 아이들이 하나둘 사라진다. 실종된 아이는 다섯 명. 온 동네에 실종자를 찾는다는 벽보가 붙었지만 돌아오는 이는 없다. 납치 현장에서 검은색 풍선과 밴을 봤다는 목격담만 나돌 뿐이다.

13세 피니(메이슨 테임스) 역시 무사하지 못하다. 피니는 하굣길 검은색 밴을 타고 나타난 그래버(이선 호크)에게 납치된다. 깨어나 보니 침대 매트리스와 벽에 설치된 검은색 전화기가 전부인 지하실. 전화기는 선이 빠져 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건 이는 실종된 아이. 이미 그래버에게 살해된 5명은 차례로 전화를 걸어 피니에서 탈출 단서를 알려준다.

7일 개봉하는 영화 ‘블랙폰’에서 주인공 메이슨 테임스의 연기는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공포에 비명조차 나오지 않아 덜덜 떨기만 하는 모습과 긴장으로 가득한 숨소리까지 세밀하게 표현한다.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의 인기로 로맨스 스타 이미지가 강한 이선 호크의 사이코패스 변신도 관람 포인트. 가면으로 얼굴을 가려 얼굴이 다 나오는 장면이 거의 없지만 섬뜩함과 기괴함, 잔혹함이 가면을 뚫고 나온다.

영화는 언뜻 죽은 아이들이 전하는 단서, 오빠를 구하려는 여동생 그웬이 꾸는 기묘한 꿈 등에 힘입어 피니가 살아남는 단순한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그러나 감독은 뻔한 공포물의 외관을 내세워 또래끼리의 연대와 초자연적인 현상 외에 기댈 것이 없는 아이들의 외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잔혹한 폭력에 일상적으로 노출되고 그런 폭력을 직접 행하는 아이들을 보여주며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사회와 어른들을 비판한다.

감독은 그래버가 허리띠를 무기로 쓰고 작은 소리에도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피니와 그웬의 아버지가 아이들을 학대할 때 보여준 모습. 이 같은 장치를 이용해 아이들을 학대하는 아버지와 아이들을 죽일 궁리만 하는 사이코패스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흘리듯 보여주는 연출력은 감탄스럽다.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를 연출해 호평받은 스콧 데릭슨 감독의 작품이다. 공포에 압도당하다가 영화가 끝난 뒤엔 몇몇 장면을 곱씹으며 어른의 역할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공포영화#블랙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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