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갤러리 서울 지점들 ‘봄 기지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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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으로 확장 이전한 리만머핀… 첫 전시로 美작가 피트먼 선보여
페이스갤러리, 공간 추가로 오픈… ‘빛’ 주목했던 美작가들 작품 전시
타데우스 로팍, 英 마틴 개인전

제임스 터렐의 작품 ‘Beneath the Surface’(2021년). 터렐은 빛과 색을 이용해 공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시도를 해 왔다. 이 작품은 2시간 반 동안 미묘하게 색이 계속 바뀐다. 페이스갤러리 제공
제임스 터렐의 작품 ‘Beneath the Surface’(2021년). 터렐은 빛과 색을 이용해 공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시도를 해 왔다. 이 작품은 2시간 반 동안 미묘하게 색이 계속 바뀐다. 페이스갤러리 제공
국내에 진출한 해외 유명 갤러리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을 중심으로 잇달아 재개관하거나 추가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이들 갤러리의 재개관 전시는 미국과 유럽 작가들의 작품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미국 뉴욕에서 출발한 세계 정상급 갤러리 리만머핀의 서울 지점이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용산구 한남동으로 15일 확장 이전했다. 첫 전시는 미국 작가 래리 피트먼 개인전이다. 피트먼은 인종 갈등, 성 불평등, 폭력 문제 등에 집중해 온 작가다. 개인전에선 대도시가 만들어지기까지 인류 사회가 남긴 잔재에 대한 고찰이 담긴 작품들을 주로 선보인다.

출품작은 1층 ‘불투명한’ 연작과 ‘반투명한’ 연작, 2층 ‘빛나는’ 연작 순으로 이어진다. 작품들은 다소 어두운 색채에 곤충이나 새 같은 생명체들이 등장했다가 대도시의 이면을 비춘 후 알이 기념비처럼 우뚝 서 있는 형상으로 끝이 난다. 작가는 수직적이고 권력 중심적인 도시 풍경에 연약하지만 생명을 잉태하는 알을 그려 넣음으로써 낙관적인 미래를 말한다. 5월 7일까지.

페이스갤러리는 지난해 확장 이전한 한남동 건물의 한 개 층을 29일 추가로 열었다. 이루리 페이스갤러리 팀장은 “회화전보다는 기술을 사용하거나 몰입형 전시를 선보이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빛’에 주목한 제임스 터렐, 래리 벨, 로버트 어윈, 피터 알렉산더, 헬렌 파시지안, 프레드 에버슬리의 그룹전이 현재 열리고 있다. 이들 작가는 1960년대 말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일어났던 미술 운동인 ‘빛과 공간 예술’을 주도했다. 이 팀장은 “자연과 밀접한 미국 남부 특성상 예술매체로서의 빛에 대해 고민할 기회가 많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터렐은 16세에 조종사 면허를 취득해 비행하면서 빛에 흥미를 느꼈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이뤄진 그의 설치작품 ‘Beneath the Surface’(2021년)는 2시간 반 내내 미묘하게 색이 변한다. 5월 28일까지.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에 전시장을 둔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는 지난해 10월 한남동에 입성한 후 현재 영국 작가 제이슨 마틴의 국내 첫 개인전 ‘수렴’을 열고 있다. 마틴은 물감에 시멘트를 섞어 바르거나 금속으로 작업하는 등 조각과 회화의 경계에서 재료에 대해 고민해 온 작가다. 그가 이번에 내놓은 신작 회화 11점은 ‘알루미늄 회화’라는 새로운 시도의 결과다.

신작들은 은은한 광채를 품고 있다. 캔버스 천이 아닌 알루미늄 지지대 위에 붓질을 했기 때문이다. 반복적이고 역동적인 붓놀림 덕에 작품은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주는 조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붓질의 흔적은 작품 중심부에 위치한 하나의 점에서 끝난다. 이는 작가가 관심을 가졌던 아시아의 보자기 포장 방식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16일까지.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리만머핀#해외 갤러리#페이스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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