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센터는 월주스님의 마지막 당부… 제자들 힘모아 마무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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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세계평화명상센터 완공 앞둔 ‘월주스님 막내 제자’ 서고사 화평스님
“명상문화 발전 기여 은사의 뜻 담아 도심속 사찰답게 명상뒤 출근 목표
은사는 나에게 스승이자 아버지… 잘 가고있나 묻고 싶을때 빈자리 커”

전북 전주시 서고사에 들어서는 세계평화명상센터 목조명상관 옆에 선 화평 스님. 4월 9일 이곳에 봉안되는 부처 점안식을 하며 완공 행사를 연다. 전주=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전북 전주시 서고사에 들어서는 세계평화명상센터 목조명상관 옆에 선 화평 스님. 4월 9일 이곳에 봉안되는 부처 점안식을 하며 완공 행사를 연다. 전주=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전북 전주시 황방산 기슭의 서고사(西固寺)는 후백제를 세운 견훤이 완산주(完山州·전주)에 도읍을 정한 뒤 908년 외침을 막기 위해 동서남북에 각각 세운 사찰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시인 기형도(1960∼1989)는 여행을 마치고 습작노트에 메모 형태로 적어놓은 ‘짧은 여행의 기록’에 서고사 가는 길을 묘사하기도 했다.

금산사의 말사(末寺)로 명맥을 이어가던 서고사는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단출한 옛 사찰 옆에 세계평화명상센터가 들어서는 것.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두 차례 지낸 뒤 ‘깨달음의 사회화’를 실천하다 지난해 7월 입적한 월주 스님의 ‘마지막 프로젝트’다. 월주 스님의 막내 제자로 센터 건립 마무리에 한창인 주지 화평 스님을 3일 서고사에서 만났다.

―명상센터 건립은 어떤 의미가 있나.

“은사 삶의 신조가 ‘나의 삶 자체가 임종게(臨終偈·입적 전 내놓는 게송)’라는 것이었다. 그런 은사가 마지막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화평, 네가 한번 잘해 보라’는 말씀을 주신 게 명상센터 건립이었다. 문도들 모두 은사의 마지막 당부로 여기며 힘을 모으고 있다.”

―작업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센터는 복합교육관(4층)과 본관(3층), 대웅전 격인 목조명상관으로 조성되는데 현재 95% 정도 완성된 상태다. 4월 9일 목조명상관에 봉안되는 부처님 점안식(點眼式)을 완공 행사로 치른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이 센터는 전주뿐 아니라 한국, 나아가 세계명상문화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은사의 염원이 담겨 있다.”

―어떤 프로그램이 운영되나.

“이곳은 산중 사찰과 달리 도심에서 가까워 새벽이면 도시가 막 깨어나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아침 예불을 시작으로 식사 뒤 출근까지 이어지도록 운영하는 게 목표다. 요가와 차, 쉼을 위한 각종 명상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숲속 작은 음악회도 열 계획이다. 지역 주민을 위한 작은 도서관과 세미나실도 마련돼 있다.”

―20년간 맡아온 서울 광진노인종합복지관장직을 최근 내려놓았다.


“이전에 사회봉사 10년, 산에서 책만 보며 10년, 나와서 법문 10년, 이런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돌이켜보니 10년 책 볼 시간은 못 지키고 복지관에서 20년을 활동했다. 은사의 뜻이 담긴 명상센터에 전념하면서 수(修)와 행(行)을 함께 다지자고 재발심(再發心)을 했다.”

―20년 사회복지 활동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자비사상과 사회복지는 다른 길이 아니었다. 은사가 큰 방향을 잡아주신 그 길 위에서 가장 열정적인 나이에 에너지를 쏟았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됐다. 아쉬운 점은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변화에 따라 맞추다 보니 숨이 찰 때가 많았다. 차전놀이할 때 기수 깃발에 따라 끝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움직여야 하지 않나.(웃음) 일선 복지기관의 자율성 부족은 아쉬운 점이다.”

―월주 스님 1주기 계획은 무엇인가.

지구촌공생회가 후원하는 캄보디아 유치원을 방문한 월주 스님(왼쪽에서 두 번째)과 화평 스님. 지구촌공생회 제공
지구촌공생회가 후원하는 캄보디아 유치원을 방문한 월주 스님(왼쪽에서 두 번째)과 화평 스님. 지구촌공생회 제공
“문도회에서 은사의 문집을 10여 권 정도로 재정리할 예정이다. 또 수행과 보살사상, 종단, 승가 등에 관해 은사와 제자들이 나눈 문답집도 출간할 계획이다.”

―어느 때 은사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나.

“18세 때 출가했는데 은사는 스승이자 아버지였다. 엄할 뿐 아니라 따뜻하셨다. 길을 가고 있는데, 잘 가고 있는지 아닌지 답답할 때가 있다. 간섭받지 않으면 자유롭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제대로 점검받지 못할 때 은사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은사가 계시면 뭐라고 하실까,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한다.”

전주=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명상센터#월주스님#화평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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