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퇴근하면 못 봐” 10시 제한에 분노한 영화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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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21일 14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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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국상영관협회
사진제공=한국상영관협회
코로나19 확진자수가 늘면서 방역 강화 조치로 영화관 영업시간이 밤 10시까지로 제한되자 다시 위기에 놓인 영화 산업 관계자들이 손실 전액 보상 등을 요구했다.

영화 관계자들은 21일 오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부 지원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영화계에 대한 지원책이 언제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멀티플렉스 3사와 전국 개별 극장들이 회원으로 소속된 한국상영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수입배급사협회 등 영화인들은 ▲영업시간 제한 즉시 해제 ▲코로나19 이후 영화 업계 전반의 피해액 산정해 손실 전액 보상 ▲정부 주도의 배급사 대상 개봉 지원 정책 추진 ▲임차료 및 세금 감면 혜택 등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국상영관협회 측은 “코로나 상황 이후 각종 재난지원에서 영화 산업은 철저히 소외돼 영화관은 죽어가고 영화인들의 삶은 피폐해져 가고 있다”며 “정부의 방역 정책이 극장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아 피해가 매우 크다. 그럼에도 지원책에서 극장업은 언제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상영관협회 이창무 회장은 “이번 방역 강화로 극장 운영 시간을 제한한 것은 영화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것”이라며 “영업시간 제한으로 영화 개봉이 줄줄이 연기되고 극장에서는 예약 대량 취소 사태가 발생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모든 상영관이 백스패스관으로 운영돼 미접종자는 입장할 수 없고 음식물 섭취를 금지하는 등 강화된 방역 조치를 이미 시행 중”이라며 “안정성이 확인된 극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영업시간 제한을 해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한국상영관협회
사진제공=한국상영관협회

위탁 극장주를 대표해 참석한 임헌정 대표도 “정부는 극장이 대기업 계열이라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중소기업인 위탁 극장이 입는 손실에 대한 보상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성수기를 대비해 채용을 늘리고 영화 개봉을 위해 엄청난 마케팅비를 쏟아부었는데 이번 조치로 손실을 모두 업계가 떠안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단순히 영화관만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라 모든 영화 산업 종사자와 멀테플렉스에 입주한 소상공인들의 피해도 크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화 제작사를 운영하는 장원석 대표는 “극장이 무너지면 영화업계 전체가 무너진다는 심정으로 꾸준히 작품을 극장에 배급하고 있다”며 “일개 개인 제작자까지 영화업계의 생존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나서고 있는데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관 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모 씨는 “극장에 대한 고강도 영업 제한으로 인해 함께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 소상공인 역시 심각하게 타격을 받고 있다”며 “극장 영업시간 제한 해제는 극장과 함께 상권을 형성한 모든 소상공인의 생존 조건”이라고 말했다.

정윤철 영화감독은 “극장은 기업 매출을 올리는 영업점이면서 시민들의 문화 공간이자 지역 상권을 유지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 극장이 무너지면 문화도 타격을 입고 동네 상권도 무너진다”며 “산소 호흡기가 필요한 중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방치하고 있는 사망 직전의 극장에 정부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11월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되면서 24시간 영업을 시작한 국내 영화관들은 오랜만에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이 개봉하면서 북적대던 예전 모습을 되찾는 듯 했으나, 영화관 영업시간이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되면서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 ‘스파이더맨’의 경우 영화 상영 시간을 고려하면 오후 7시 이후 관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29일로 예정됐던 설경구·이선균 주연의 ‘킹메이커’는 내년 1월 설 연휴로 개봉을 미뤘고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등 스타 배우가 총출동한 항공 재난 영화 ‘비상선언’도 개봉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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