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뒷날개]주4일제 근무, 왜 필요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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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타임/카일 루이스, 윌 스트런지 지음·성원 옮김/160쪽·1만4000원·시프

직장인이 회사에 가기 싫듯 아이들도 학교에 가기 싫을 때가 있다. 가끔 첫째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투정부린다. 하지만 “미안해, 너희에게 주4일제 세상을 주지 못해서”라는 말이 안 나온다. 그 대신 “아빠는 토요일까지 학교에 다녔거든? 세상 좋아진 줄 알아야지…”라고 핀잔을 주곤 한다.

많은 사람이 얼마 전까지 주6일 세상에서 일했다. 대체 그 시절은 어떻게 살았을까 싶지만 현재의 주5일 노동도 힘들긴 마찬가지. 대한민국은 여전히 근로시간과 산업재해 사망률이 낮지 않은 나라다. 주4일제를 외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대선 정국에서도 주4일 노동이 공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 책은 주4일제로 상징되는 노동시간 단축이 왜 지금 필요한지 정리한 사회과학서다. 노동시간 단축을 연구하는 사회과학 연구자가 공동으로 집필했다. 책에 실린 사례는 주로 영국이지만 읽을수록 한국 상황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경기 후퇴에 따른 일자리 감소, 재택근무 보편화로 모호해진 일터와 쉼터의 경계, 실질적인 업무 시간 증가, 잦은 보육·교육 시설 폐쇄에 따른 돌봄 노동 강도 상승 등…. 이런 압박은 사람들의 우울과 불안으로 이어지고 노동 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저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도 노동 상황을 둘러싼 여러 여건이 악화일로였다고 진단한다. 코로나19가 이런 경향을 더 부추겼는데 지금이야말로 노동시간 감소라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 노동시간 감소는 일자리 증가와 노동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물론 저자들의 주장은 주5일제 시행 때도 나왔던 익숙한 목소리다. 다만 이 책은 두 가지 신선한 근거를 추가로 제시해 눈길을 끈다.

첫째, 노동시간 단축은 양성 평등을 위해서다. 맞벌이 부부가 늘었지만 여전히 가사노동은 여성이 짊어지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가사노동에서의 성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 1일 6시간 노동을 실험하고, 한 달가량의 연차를 보장하는 북유럽의 출산율이 높다는 점을 생각하면 노동시간 단축은 한 사회의 재생산 차원에서도 고려해봄 직한 조치다.

둘째, 노동시간 단축은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서다. 미국에서 실시한 한 연구에 따르면 노동시간이 긴 가정과 노동시간이 짧은 가정을 비교했을 때 탄소발자국(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발생량)은 노동시간이 긴 가정 쪽이 컸다. 이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게 생산 측면은 물론이고 소비 생활에서도 탄소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출판계에서도 주4일, 주4.5일, 1일 6시간 노동 등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저자들이 강조하듯 이젠 노동조합, 정당, 시민사회 등 사회 전반적인 논의가 시작될 때가 아닐까.



손민규 예스24 인문MD
#오버타임#주 4일제#노동시간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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