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도시를 잇는 길 사이사이, 역사가 말을 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8-28 03:00수정 2021-08-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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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울의 길:확장하는 도시의 현대사/김시덕 지음/512쪽·2만 원·열린책들
◇도시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을까/이성근 지음/206쪽·1만5000원·효형출판
길과 철도망은 도시라는 공간을 선(線)으로 확대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살아온 자취가 그 선 위에 덧입혀진다. 경의선 신촌역의 구역사(驛舍)와 신역사. 동아일보DB

우리의 일상을 규정하는 ‘도시’를 다뤘지만 두 책은 여러모로 대조된다.

신간 ‘대서울의 길’은 서울에서 뻗어 나가는 영향권을 아우르는 ‘대(大)서울’을 다뤘고 도시를 풀어 나가는 키워드로 ‘길’을 선택했으며 미시적 사실들로 가득하다. 신간 ‘도시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을까’는 역사상 첫 도시부터 오늘날까지 세계의 도시들을 다뤘고 ‘건축’을 키워드로 내세웠으며 개념과 원리들을 정리한 ‘교과서식’ 틀로 짜였다.

‘대서울의 길’에서 저자는 ‘도시는 선(線)이다’라고 선언한다. “사람들은 행정단위뿐 아니라 도로와 철도를 따라 선적으로 이어지는 지역들에도 소속감을 느끼고 연대한다.” 예를 들어 신촌 오거리에서 버스를 타고 김포, 통진, 강화도로 다니던 사람들은 군(郡)과 면(面)으로 나눌 수 없는 공통의 이익과 화제, 역사가 있다. 중앙선을 따라 구리, 남양주, 양평, 춘천, 원주에 이르는 길도 마찬가지다.

외곽과 서울을 잇는 지역들의 모습에는 향수를 자아내는 과거가, 때론 잔인한 개발시대의 모습이 덧씌워진다. 저자는 발로 뛰고 사진으로 담은 오늘의 ‘대서울’에 38년 전 나온 책 속의 모습을 비교해 보여준다. 1983년 뿌리깊은나무 출판사에서 나온 ‘한국의 발견―한반도와 한국사람’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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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택리지’라고 부를 만한 한 세대 전 인문지리서에 자신이 취재한 현재를 겹쳐 보이면서 저자는 38년 전 책이 환기한 명제를 실천한다. “근대화 또는 도시화라는 것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땅과 사람의 변화, 곧 그 쓰임새가 바뀐 땅에서 그 땅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오던 사람들의 생활이 어떻게 바뀌었느냐 하는 것이다.”

‘자유로, 경의선, 통일로’ 장에서 저자는 경의선 일산역에 선다. 서남쪽엔 신도시가 호화롭게 펼쳐지고 동북쪽엔 한적한 구도심이 있다. “일산 구도심은 경의선이 놓이면서 서울과 개성 사이의 길목으로 번성했지만 이익은 서울 상인과 개성 상인이 취하고 일산 사람은 얻는 것이 없다고 해서 ‘실속 없는 일산 사람’이라는 말이 생겼다”는 ‘한국의 발견’ 내용을 떠올린다. 이렇게 수십 년 된 과거가 현재에 남긴 흔적들을 찾아내는 점이 이 책의 남다른 매력을 만든다.


‘도시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을까’에서 저자는 ‘건축’, 즉 기능에 따른 디자인의 관점에서 역사 속 도시들을 바라본다. 로마제국 도시들이 가진 대제국의 특성이나 근대 ‘권력가 도시’ 빈과 ‘상인 도시’ 암스테르담의 비교 등을 통해 당대 시대정신을 집약한 도시들의 특징을 짚어 나간다.

고대 그리스 도시들에 필수적으로 존재했던 시설은? 야외극장이다. 시민들은 관객이 되기도 하고 배우가 되기도 하면서 자신의 직업 이외에 군인, 의회 의원 등 다양한 역할을 체험했다. 이런 그리스 도시의 특징은 ‘공공과 개인의 균형’이라는 덕목으로서 민주주의를 발달시킬 수 있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도시#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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