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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때로 진실보다 믿음이 끌리는 이유

입력 2021-07-10 03:00업데이트 2021-07-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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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의 쓸모/샹거 베탄텀 외 지음·이한이 옮김/316쪽·1만8000원·반니
날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미모의 외국 여성이 친구 신청을 해온다. 친구가 되면 달콤한 사랑의 말을 들려주고, 사연이 오가다 보면 입금 요구를 할 것이다. 뻔한데도 이름만 바꾸며 신청이 들어오는 것은 걸려드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로맨스 사기’의 원조 격인 미국의 도널드 로리 사건을 소개한다. 1980년대 후반 로리는 여성 수십 명의 이름으로 연애편지를 보냈고, 혹한 남자들이 보낸 선물을 중고 상점에 파는 식으로 수익을 챙겼다. 그가 사기 혐의로 기소되자 수많은 피해자들이 분노하기는커녕 법원에 모여 그를 옹호했다.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사기였지만 어떤 피해자들에게는 가치 있는 서비스였기 때문 아닐까?”

저자의 시각은 ‘인간이 자신을 기만하는 것은 그 대가를 치를 만한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로 요약된다. 콩고 내전 중 한 부족의 원로가 자신의 꿈을 토대로 ‘총탄을 막아낸다’는 주술과 부적을 만들어냈다. 주술을 행하고 부적을 나눠주자 실제로 부족 사람들은 적을 잘 물리치게 되었다. 착각이 용기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총탄을 맞고 죽은 사람이 나와도 오히려 ‘주술과 부적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은 실수 때문’으로 치부됐다.

이런 자기기만의 사례는 수없이 찾을 수 있다. 가짜 ‘두뇌력 촉진 음료수’도 비싼 값을 주고 산 사람이 문제풀이를 더 잘한다. 심각한 병에 걸린 환자는 그 사실을 모를 때 생존율이 더 높다.

저자는 이런 사례들을 토대로 “인간의 생존은 ‘무엇이 진실인지’보다 ‘무엇이 효과적인지’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인은 생각을 ‘로고스(논리)’와 ‘미토스(이야기)’로 나누었다. 더 좋은 세상에 대한 비전을 얻기 위해서는 로고스 외에 미토스가 필요했다. 우리가 자부심을 갖는 이성과 논리도 정신이라는 유적의 꼭대기에 새로 쌓인 작은 부분이며, 합리성이 전부인 양 행동하다 보면 이 오래된 유적에 반란이 일어난다는 진단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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