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민자가 일자리 뺏는다? 불평등한 분배가 경쟁 부추겨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6-12 03:00수정 2021-06-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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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의 사회주의 시급하다/토마 피케티 지음·이민주 옮김/408쪽·2만 원·은행나무
◇분노는 유쾌하게 글은 치밀하게 지지 않기 위해 쓴다/바바라 에런라이크 지음·김희정 옮김/424쪽·1만8000원·부키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한 신자유주의는 세계 곳곳에서 계층 갈등과 인종 갈등, 반이민주의와 환경문제를 불러왔다. 올 1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월가 재점령’ 시위. 동아일보DB

‘역사의 종말’을 외치며 자본주의의 완승을 구가했던 1990년대는 단지 추억인가. 전 세계에 걸쳐 소득 격차가 심화되고 10년 전엔 미국 뉴욕 월가 점령시위가 일어났다. 좌우 양극단에 선 정치가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고삐 풀린 신자유주의’에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진단들이 터져 나온다.

이 책들엔 저자들이 앞서 쓴 책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프랑스인 피케티는 부유층의 자본 집중을 분석한 ‘21세기 자본’으로, 미국인 에런라이크는 최저임금 노동을 직접 체험하며 빈곤의 사회적 배경을 고발한 ‘노동의 배신’으로 자본의 무한 탐욕을 직격한 바 있다.

새 책들은 두 저자가 오랜 기간 기고해 온 다양한 주제의 칼럼을 묶었다. ‘대표작’들에 비해 구성은 성글지만 장점도 분명하다. 이민문제, 환경문제, 유사과학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갈등과 모순은 서로 깊이 얽혀 있으며, 한 문제의 해결은 다른 문제들의 해결과 함께해야 한다는 점을 다양한 분석과 일화로 설득한다.

피케티가 말하는 사회주의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가 말하는 사회주의는 21세기에 잔존한 레닌주의의 망령이 아니라 ‘참여적이고 지방분권화된 방식이며 민주적이고 환경친화적이며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고 여성 존중의 사상을 담은’ 이념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 체제를 지칭하기 위해 사회주의라는 용어를 ‘재활용’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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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그의 주장은 예상을 넘는다. 세계 곳곳에서 기본소득 지급 제안이 나오지만 그는 기본소득보다 정당한 임금이 우선이라고 전제한 뒤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보다 최소자산을 지급하자고 한발 더 나아간다. 재원은 자산과 상속에 대한 누진세로 충분히 조달 가능하다는 것이다.

피케티의 칼럼들이 경제정의 재설계의 개념 자체에 비중을 둔다면 에런라이크의 글들은 체험을 바탕으로 미국사회 곳곳에 확대경을 들이대는 발랄함으로 다가온다. ‘지방흡입술 한 건당 1.9리터의 지방이 나오니 미국인의 30%가 비만인 점을 감안하면 1억7000만 리터의 연료를 충당할 수 있다’는 식의 풍자가 넘친다.

스타일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핵심 주장은 적잖이 겹친다. 이민 문제나 환경 문제, 교육 문제도 자본 집중 문제와 직접 얽혀 있다는 관점에서 특히 그렇다. 에런라이크는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인과 일자리 경쟁을 하지 않도록 하려면 법의 보호를 받도록 하라’는 역발상을 펼친다. 건강보험도 제공하지 않고 급여를 떼먹을 수도 있기 때문에 경영자들이 불법 이민자를 택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피케티는 ‘비판해야 할 것은 개인의 자유로운 이동이 아니라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라고 역설한다.

어느 책이나 그렇듯 각각의 주장에 함몰되기보다는 독자 자신의 주관을 유지하며 읽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분배 우선주의에 대한 신념이 확고한 사람보다 자유무역과 시장의 순기능에 더 가치를 두는 이에게 상대편의 논리를 이해할 자료로 권하고 싶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자본주의#세계화#이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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