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허락없인 날 불행하게 못한다던 차동엽 정신의 핵심은 희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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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1주기 차 신부 기리는 심포지엄 여는 김상인 신부

경기 김포시 미래사목연구소 계단 쪽에 차동엽 신부를 추모하기 위해 마련한 사진들 앞에 김상인 신부가 섰다. 김 신부는 “차 신부님이 고통을 견뎌내며 세상에 전한 희망의 메시지를 잘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포=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경기 김포시 미래사목연구소 계단 쪽에 차동엽 신부를 추모하기 위해 마련한 사진들 앞에 김상인 신부가 섰다. 김 신부는 “차 신부님이 고통을 견뎌내며 세상에 전한 희망의 메시지를 잘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포=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지난달 29일 경기 김포시의 미래사목연구소. 2층 작은 기도 공간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 사진들에서 눈을 떼기 어려웠다. 어머니와 함께 있던 초롱초롱한 눈매의 아이는 나중에 사제가 됐다. 생각에 잠기거나 기도하고, 웃는 차동엽 신부(1958∼2019).

생전 그는 베스트셀러 ‘무지개 원리’의 저자이자 특유의 통찰력과 유머로 인생해설가로 불렸다. 평생 그가 전한 희망의 메시지는 가난과 오랜 병과의 싸움, 기도 속에서 체득한 ‘고통의 꽃’이었다. 차 신부 선종 1주기(12일)를 앞두고 그의 체취가 가득한 연구소에서 후임 소장인 김상인 신부(41)를 만났다. 그는 2권의 유고시집에 이어 최근 ‘차동엽 신부의 7가지 선물’을 펴냈다.


―책을 쓰는 중 차 신부를 두 차례 꿈에서 만났다는데….

“(김 신부가 날짜가 적힌 휴대전화 메모를 보여주면서) 6월 3일, 그리고 16일 꿈에 나타났다. 처음에는 눈빛으로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준비도 안 된 내게 연구소를 맡기고 당신 책을 쓰고 있어 그런 것 같다. 두 번째는 강복(降福)을 주셔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책을 준비하는 내내 차 신부님과 함께한 느낌이었다.”

―차 신부의 육성과 김 신부의 분석이 어우러진 구성이 흥미롭다.

“연대기로 쓸까 생각도 했지만 재미가 떨어졌다. 그런데 신부님이 이미 ‘김수환 추기경의 친전’이라는 교과서를 남겼다. ‘나도 이렇게 써줘. 미리 준비해줬잖아’라고 하는 것 같았다.”

―7가지 선물로 긍정의 힘, 지혜, 귀한 말씨, 희망 등이 나오는데, 무엇이 핵심일까.

“신부님 인생의 핵심은 고통,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희망 아닐까 생각한다. 여러 글에서 ‘나는 가난하게 살았고’ ‘나는 고통 속에 살았다’는 표현이 적지 않다. 아마도 어린 시절 가난과 B형 간염에서 시작해 간암으로 발전한 병과의 오랜 싸움 때문인 듯하다. 그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무지개 원리’도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으로 힘든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쓴 책이었다.”

―차 신부와 어떤 인연이 있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분이다. 신학생이던 2002년 연구소 ‘알바’생으로 인연을 맺었고 차 신부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같은 사목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인천가톨릭대 교수로 있는 것도 그렇다.”

인천교구는 7일 오전 9시 인천가톨릭대 송도국제캠퍼스 카펠라관에서 차 신부의 선종 1주기를 맞아 심포지엄 ‘신앙과 삶’을 개최한다. 1주기 추모 미사는 12일 오후 2시 인천 서구 성직자 묘역에 열린다.

―교구장인 정신철 주교가 심포지엄 기조강연을 맡은 것은 이례적이다.

“비슷한 시기 주교님은 프랑스 파리, 차 신부님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학하며 교류가 많았다. 신앙과 삶의 괴리는 두 분의 공통된 고민이자 숱한 대화 주제였다. 심포지엄과 연구소 운영에서 주교님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이른바 ‘차동엽 정신’은 무엇인가.

“희망이다. 신부님은 그 메시지를 신앙에 관계없이 누구든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쉬운 언어와 글로 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분이다.”

―기억나는 말이 있다면….

“사제들을 많이 사랑했다. ‘그들의 슬픔이 나의 슬픔이고, 그들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라고 했다. ‘내 허락 없이는 나를 불행하게 할 수 없다’고도 했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전하지 못한 차 신부님의 말이 아직 있어 그 말들을 제대로 전해야 한다. 심포지엄이나 책 출간도 그런 일이 될 것이다. 유품 전시회도 계획 중이다. 무엇보다 차 신부님이 고민했던, ‘이 시대 사목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해 방향을 잡고 구체화하는 것이 우리 연구소의 큰 과제다.”

김포=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차동엽 신부#김상인 신부#차동엽 신부의 7가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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