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50년이 지나도 여전한 ‘공장식 축산’의 폐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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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기계/루스 해리슨 지음·강정미 옮김/388쪽·2만 원·에이도스

식용으로 길러지는 동물의 처참한 환경을 고발해 동물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은 적지 않다. 언뜻 생각만 해도 제러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1992년), 소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2009년), 티머시 패키릿의 ‘육식제국’(2011년) 등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 분야의 제일가는 고전으로 대다수가 꼽는 책이 ‘동물기계’다. 영국의 동물복지 활동가였던 저자(1920∼2000)가 1964년 쓴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증하는 육식에 대한 수요를 맞추려고 동물을 밀집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의 폐해를 처음으로 파헤쳐 고발한 작품이다.

당시로서는 새로운 사육방식이던 공장식 축산은 그야말로 동물을 공산품처럼 생산하는 기계나 마찬가지다.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사료를 빠르게 고기로 전환시켜 최대한의 이윤을 빨리 얻으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물을 통째로 지배한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이 방식은 빛도 없는 좁은 곳에서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송아지 상자’, 달걀을 더 빨리 더 자주 낳게 하려는 ‘배터리 케이지’, 임신한 돼지를 가두는 ‘모돈 스톨’ 등을 사용해 효율성의 극대화를 추구한다.

이 책이 사회에 던진 충격은 컸다. 이듬해인 1965년 영국 정부는 ‘브람벨 위원회’를 꾸려 ‘모든 동물은 서고, 눕고, 돌고, 스스로를 핥고, 가슴을 쭉 펼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5대 동물 자유’를 선포하고 송아지 상자 등의 사용을 금지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20세기 초 미국 시카고 도살장의 더럽고 처참한 현장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결국 식품의약국(FDA) 설립을 이끌어낸 업턴 싱클레어의 소설 ‘정글’(1906년)과 비견되기도 한다.

루스 해리슨이 이 책을 쓴 지 5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전 세계 식탁에 오르는 동물의 99%는 공장식 축산으로 사육된다고 한다. 사육방식이 과거처럼 소름끼칠 만큼 비참하지는 않다고 해도 대부분 식용동물은 성장촉진제 안정제 호르몬 같은 다양한 약품으로 좁은 공간에서 제대로 된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자란다.

이 책은 육식을 하면서도 사람이 동물과의 일체감을 좀 더 갖고 사육하는 방식이 무엇일지 계속 고민하게 만든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동물 기계#루스 해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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