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 자가격리 시대의 좀비물…2%의 아쉬움

  • 뉴스1
  • 입력 2020년 6월 16일 10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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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 포스터
‘#살아있다’ 포스터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를 겪고 있는 작금의 관객들에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만한 영화다. 갑자기 몰아닥친 재난, 공포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자의 반 타의 반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된 주인공의 짠내나는 고군분투는 어딘지 모르게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일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는 시작한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좀비를 등장시키며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재난을 알리는 뉴스 소리, 아파트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괴성과 무단침입한 수상쩍은 이웃 남자의 출현까지. 바깥은 온통 아수라장이 된 상황에 집에 혼자 남겨진 준우(유아인 분)는 SNS를 통해 소통을 시도해본다.

하지만 통신 시설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좀처럼 전화는 터지지 않고, 인터넷도 끊겨버리고 만다. 집안에 남아있는 음식물은 고작 며칠을 견딜만한 게 전부다. 여행을 간 부모님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준우는 마지막 만찬이었던 컵라면까지 먹어버리고 집안에서 15일을 버틴다.

집밖은 지옥이나 다름없다. 이미 사람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돼버렸고, 그들에게 정체가 발각되는 순간 같은 처지가 돼버리고 만다. 베란다 난간에 매달린 채 휴대폰을 통해 가족들이 남긴 메시지를 듣게 된 준우는 충격을 받는다. 충격 탓일까. 아버지의 장식장에서 비싼 양주를 꺼내 마시고 가족들의 환상을 보는가 하면 충동적으로 집밖에 나가 좀비들과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절망하고 만 준우가 극단적을 시도를 하려는 찰나, 건너편에서 붉은 레이저를 통해 희망의 메시지가 전달된다. 또 다른 생존자가 있었던 것. 집안을 각종 캠핑 도구로 꾸려놓고 나름대로 계획적이고 철저한 방법으로 생존을 이어가고 있던 유빈(박신혜 분)은 생을 포기하려던 준우에게 연민과 공감을 느끼고 그를 돕는다. 두 사람은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서로를 확인한 후 함께 살아남기 위해 생각과 자원을 나눈다.

‘#살아있다’는 여러모로 지난해 여름 흥행에 크게 성공한 영화 ‘엑시트’를 떠올리게 한다. 두 청춘 남녀가 절망적인 재난의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을 합하며 묘한 감동과 극적인 재미를 안기는 점이 그렇다. 그러나 ‘엑시트’와 비교선상에 놓고 보면 이 영화는 잔재미가 부족하고 설정에도 빈틈이 많다. 영화의 초반 다채로운 떡밥들이 던져지나 회수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

예컨대 ‘#살아있다’에서는 명확한 생존 조건이 제시되지 않는다. 전염병에 걸린 ‘좀비로 추정되는’ 사람들은 ‘사람과 비슷한 오감을 갖고 있으며 심지어 기억까지 유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인육을 먹고 폭력적인’ 괴물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그들의 이 같은 특성을 활용한 창의적인 탈출극이 등장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빠져나갈 구멍이 설정돼 있어야 탈출극도 재미가 있다. 제시된 조건이 절망적이기만 한데, 그곳에서 특별한 전략 없이 어찌어찌 용케 생존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기적에 가까워 맥이 빠진다.

좀비물이라는 점에서 궤를 같이 하는 ‘부산행’은 시각은 둔하나 소리에 민감한 좀비들의 특성을 활용한 시퀀스가 등장해 영화의 중반부 서스펜스를 책임졌다. ‘엑시트’에서는 유독 가스가 아래에서 위로 서서히 올라온다는 설정이 적절히 활용돼 후반부로 갈수록 더 큰 긴장감을 준 바 있다.

전체를 3막으로 놓고 보면, 유아인의 원맨쇼가 등장하는 1막은 무척 흥미롭다. 홀로 고립돼 여러 감정들을 오가는 준우를 연기하는 유아인은 스펙트럼 넓은 연기로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절망적인 상황 속 라면 하나에 즐거워 하며 ‘빙구’ 미소를 짓다가도 충동적으로 뛰쳐나가 좀비들과 싸우는 모습에 인간적인 매력이 가득해 마음을 끈다. 박신혜와 유아인이 함께 등장하는 2막도 나쁘지 않다. 두 캐릭터 사이에 공유되는 감정들은 드라마를 부여하고, 다소 개연성은 부족해보이지만 스릴감 있는 액션 시퀀스들도 돋보인다. ‘함께 살아남아야 한다’는 주제의식도 담겼다. 문제는 마지막이다. 선뜻 이해되지 않는 엉뚱한 사건이 벌어지고 두 사람은 또 한 번 특별한 전략없이 기적의 주인공이 된다.

2% 아쉬움이 있지만 ‘#살아있다’가 오랜만에 등장한, 상업성 충분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부인할 수 없다. 유아인 박신혜까지 매력적인 배우들과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공감대, K-좀비물의 인기가 ‘#살아있다’의 흥행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러닝 타임 98분. 24일 개봉.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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