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씩 불렀지만 아무도 손들지 않았다…간송이 내놓은 보물 유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7일 21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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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284호 금동여래입상(왼쪽)과 보물285호 금동보살입상.(케이옥션 제공)
보물284호 금동여래입상(왼쪽)과 보물285호 금동보살입상.(케이옥션 제공)
“길이 하나 막혔다고 끝은 아니다.”

간송미술관 측이 재정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27일 케이옥션 경매에 내놓은 보물 불상 2점이 유찰되면서 간송 측의 향후 행보에 문화재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간송미술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날 유찰 소식을 접한 뒤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기왕 (경매에 내놓는) 방향으로 가기로 한 이상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리고 “경매 결과와 관계없이 간송미술관은 새로운 길을 걷겠다는 기조대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송가(家)가 내놓은 금동여래입상과 금동보살입상의 경매 시작가는 각각 15억 원으로 경매사가 호가를 불렀음에도 응찰에 나선 이가 없었다. ‘민족문화유산의 수호자’ 전형필 선생의 후손으로서 문화재를 매각한다는 부담을 감수하고 매각에 나선 간송 측으로서는 상처가 작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번 유찰은 ‘간송 콜렉션은 국공립기관이 소장해야 한다’는 여론에 사립미술관이나 개인 수집가들이 응찰을 주저했던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간송 측으로서는 경매를 통해 깔끔하게 작품을 매각하고자 했을 텐데, 국립중앙박물관이 협의를 통해 구매하고 싶다는 의향을 경매에 임박해 공개적으로 밝혔기에 사립미술관이나 개인들로서는 응찰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간송 측이 경매 출품 전 박물관과 협의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경매를 이틀 가량 앞두고 케이옥션에 ‘경매 중지’가 가능한지 문의했지만 ‘그냥 진행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박물관으로서도 구입 의향이나 방식을 정하기에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간송 측과 적극 협의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경매 시작가(15억 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당대 문화재 가운데 유일한 작품이었으면 경매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했지만 다른 관계자는 “경매 시작가 이상의 가치가 있는 문화재”라고 했다. 케이옥션 역시 이번 경매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 됐음에도 매각을 성사시키지는 못했다는 측면에서 이미지에 타격이 없지 않다는 평가다.

경매 사실이 공개됐음에도 매각에는 성공하지 못한 간송 측이 이제는 ‘조용히’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광표 서원대 교수는 “최근 고미술 시장에서 거액의 거래가 침체된 상황에서 간송 측이 경매 방식을 택했을 것으로 본다”면서 “‘리트머스 시험지’ 성격의 이번 경매 시도가 무위로 돌아간 이상 다른 방법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간송 콜렉션’에 관해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응천 동국대 교수(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는 “이번 불상 매각 시도를 통해 앞으로의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아무리 사유물이라 해도 간송 컬렉션 가운데 중요 문화재의 구입은 국공립기관이 예산 탓을 하며 너무 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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