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만드는 법]평균 나이 71세 언니들의 유쾌한 이웃사랑 실천기

민동용 기자 입력 2020-05-23 03:00수정 2020-05-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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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상에는…’ 펴낸 박혜련 대표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선한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귀중한 요즘, 책 ‘전진상에는 유쾌한 언니들이 산다’(김지연 지음·오르골)는 선한 사람들 이야기다. 1975년 서울 시흥동 산동네에 터를 잡고 의료봉사와 복지활동을 시작한 전진상 의원·복지관 ‘할머니들’이 주인공이다.

45년째 한결같은 의사(겸 간호사) 배현정, 약사 최소희, 사회복지사 유송자 씨를 중심으로 속속 합류한 임덕균(남) 김영자 최혜영 강귀엽 씨의 솔직하고 유쾌한 이웃 사랑을 담았다. 평균 연령 71세인 이들은 국제가톨릭형제회(AFI·아피) 소속의 천주교 평신도다.

지난해 초 이곳의 한 의료봉사자가 박혜련 오르골 대표(54·사진)에게 “‘진짜’인 분들이 있는데 기록이 없다”며 책을 써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을 때, 박 대표는 ‘이런 책을 누가 사보겠어’ 하는 생각도 있었다.


박 대표는 처음에 벨기에 출신(본명 마리헬렌 브라쇠르)으로 26세 때인 1972년 한국에 온 배 할머니에게 주목했다. 그는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해 가정의학 전문의가 됐고 귀화했다. 그러나 의원 복지관 약국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가 굴비 엮듯 연결된 이곳에는 ‘대장’도 없이 모두 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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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세대의 공감을 불렀던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처럼 ‘또 하나의 가족’ 콘셉트로 가고 싶었죠. 그런데 이분들이 ‘아니라고, 김수환 추기경님이 더 들어가야 한다’고 하셨어요.”

고 김 추기경은 1974년 이들에게 도시빈민 속으로 들어가서 하는 봉사를 제안했다. 그리고 도움이 시급한 곳 리스트를 내줬다. 시흥동도 그중 하나였다.

“성소(聖召)라는 표현처럼 하느님의 부르심을 이분들은 느낀 거죠.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를 돕는 게 좋았고 그런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나도 그런 일을 해야지’ 하신 거예요.”

전진상은 ‘온전한(全) 자아 봉헌, 참다운(眞) 사랑, 끊임없는(常) 기쁨’이라는 아피의 정신을 뜻한다. 처음 생겼을 때 배 할머니 남편이냐고 묻는 주민도 있었다. 이제는 각종 봉사자가 1000명이나 된다.

“45년간 이곳은 유기체처럼 산 것 같아요. ‘그 시대의 사람이 돼라’는 아피의 정신에 맞춰서 물도, 화장실도 없어 결핵이 만연했을 때는 결핵 치료가 시급했죠.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데 뭘 할 수 있을까. 그럼 호스피스를 하자. 이렇게 그때그때 변한 거죠.”

이들은 의원과 약국 수입으로 먹고살고 직원들 급여 주고 이웃을 돕는다. 후원금이 들어오지만 ‘후원금은 모두 환자와 빈민에게’라는 초심과 원칙을 지켜냈다. 후원자들은 자신이 내는 돈이 좋게 쓰인다고 믿었고, 알았다.

박 대표는 책을 낸 것이 “긴 피정(避靜)을 끝낸 것 같다”고 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전진상에는 유쾌한 언니들이 산다#김지연#오르골#박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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