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무늬 백자 46년만에… “국보자격 박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문화재청, 동화매국문 지정해제 예고
“조선시대 아닌 원나라 도자기 결론”
비슷한 작품 많아 희소성도 떨어져
274호-278호 이어 세번째 결번

문화재청이 국보 제168호 백자 동화매국문(銅畵梅菊文·사진)병의 국보 지정 해제를 29일 예고했다. 제작 시기와 국적이 국보로 지정될 때와 다른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1909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박물관인 이왕직박물관이 일본 골동품상 아마쓰 모타로(天池茂太郞)로부터 1936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4년 7월 국보로 지정됐지만 2018년 중국 원나라 때 것이라는 문제 제기가 있어 문화재청 조사단이 연구해 왔다. 높이는 21.4cm, 입 지름은 4.9cm다.

문화재청은 먼저 장식 기법이 조선 전기의 것이 아니라고 봤다. 이 작품은 구리를 주성분으로 하는 붉은색 안료인 진사(辰砂)로 문양을 장식한 동화(銅畵)기법을 썼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선 전기 백자에 동화를 활용한 예가 없다고 지적했다.

동화는 고려 후기인 13∼14세기 유물 중 일부에서 문양이 확인되지만 이후 사라졌다가 18∼20세기 백자에서 다시 발견된다. 조선 전기에는 동화로 장식한 백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작품은 ‘진사를 사용한 조선 전기의 드문 작품으로 화려한 문양과 안정된 기형이 돋보인다’며 국보로 지정됐다.

형태와 크기, 기법, 문양이 원나라 유리홍(釉裏紅) 자기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도 국보 지정 해제 이유로 제시됐다. 유리홍은 진사의 중국식 표현이다. 도자기가 만들어진 시기와 장소가 15세기 조선이 아니라 14세기 중국이라는 것이다.

해외 문화재라도 우리나라 문화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 국보로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출토지 및 유래는 우리나라와의 연관성이 명확하지 않고, 중국에 비슷한 도자기가 많아 희소성도 없다고 조사단은 판단했다.

국보 지정 해제는 30일의 예고 기간을 거쳐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해 이뤄진다. 국보 해제가 결정되면 ‘국보 제168호’는 영구결번 된다.

앞서 국보 지정이 해제된 사례는 두 번 있었다. 1992년 한산도 앞바다에서 발굴된 ‘귀함별황자총통’은 거북선에서 사용된 대포로 추정돼 국보 제274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1996년 위작으로 드러나 국보 지정이 해제됐다. 국보 제278호였던 ‘이형 좌명원종공신녹권 및 함’은 2010년 보물로 강등됐다. 공신녹권은 나라에 공이 있는 인물을 공신으로 임명하는 증서로, 해당 보물은 조선 태종이 이형에게 발급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백자#동화매국문#국보자격 박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