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달궈지는 지구… 30년 후엔 우릴 버릴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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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거주불능 지구/데이비스 월러스 웰즈 지음·김재경 옮김/424쪽·1만9800원·추수밭

미래를 먼저 내다보려는 건 인류의 오랜 염원이었다. 고대 권력자들은 신탁(神託)을 통해 미래를 가늠했고, 오늘날 인간은 과학의 힘으로 다가올 미래를 예측범위 안에 묶어두려 한다. 그런데 굳이 알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암울한 미래 예측이 나왔다. 30년 뒤 지구 온난화로 “일상 자체가 종말”을 맞아 지구에서는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다는 것.

더 섬뜩한 건 이를 단순히 디스토피아적 전망으로만 치부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다수 과학적 통계, 연구 자료를 곁들여 기후 변화의 폐해를 입증했으며 저자가 경고한 ‘전염병 창궐’과 ‘대규모 산불’ 등 시나리오는 지금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5개월 전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통보하며 지구 온난화 자체를 믿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같은 이에게는 과도한 종말론이나 환경 염려증으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지구 평균 기온이 1도만 올라도 인간 사회를 파괴하는 요인들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

칼럼니스트이자 미국 싱크탱크 ‘뉴아메리카’ 연구원인 저자는 지구 온난화가 가져올 시나리오 ‘거주불능 지구(The Uninhabitable Earth)’를 2017년 ‘뉴욕매거진’에 기고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책에서는 이 리포트를 더욱 상세하게 풀어냈다. 그는 “기후변화는 더 이상 자연재해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기후변화 우려를 여전히 환경운동 차원으로만 생각한다”며 집필 동기를 밝혔다. 오히려 “미래를 낙관할 만한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경종을 울린다.

저자는 국제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설명하며 2부 ‘12가지 기후재난의 실제와 미래’에서 인류사회를 뒤흔들 재난 시나리오를 절절하게 묘사했다. ‘살인적인 폭염’ ‘갈증과 가뭄’ ‘사체가 쌓이는 바다’ ‘질병의 전파’ ‘재난의 일상화’ 등이다.

2050년 지구에서는 폭염으로 약 25만 명이 사망하며 50억 명이 만성적 물 부족으로 신음한다. 기후난민 10억 명이 발생하며 해안가 거대 도시는 침몰한다. 지구 평균 온도가 4도만 올라도 아프리카, 호주, 미국에서는 사람이 살 수 없으며 5도가 오르면 전 지구가 거주 불능 지역이 된다.

전염병의 일상화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다. 빙하가 녹으면 그 속에 얼어있던 미지의 박테리아들이 전 세계로 퍼질 것이다. 아예 존재 자체를 몰라서 걱정조차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차원의 질병이 생기는 것이다. 모기나 야생동물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며 인간과 세균의 접촉 가능성도 커진다.

이들 시나리오는 씨줄과 날줄처럼 복합적 원인이자 결과로 서로 엮여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현안만 해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저자는 기후 변화 폐해를 보여주는 동시에 시장 중심적이고 소비적 태도로 일관한 기존 환경운동을 비판한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변화도 촉구한다.

저자는 “우리가 지구 온난화를 논하기만 하면 되는 입장이 아니라 살아가야 하는 입장”이라고 강조한다. 인류는 아직 다른 행성을 선택할 수 없다. 올해 4월 22일은 ‘지구의 날’ 50주년이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2050 거주불능 지구#데이비스 월러스 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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