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경색에…예술 공연계도 ‘몸 사리기’ 분위기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2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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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경색이 지속되면서 공연계도 몸 사리기에 나섰다. 추가 공연 논의가 무산되거나 일부 공연을 자체 취소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일본 내 반한(反韓)기류로 인한 피해보다는 국내 반일 감정이 큰 변수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6일 개막해 25일까지 공연하는 ‘루루섬의 비밀’은 지방 및 연말 공연이 논의 중이었으나 최근 연말 공연계획은 무산됐다. 작품은 한국 인형극단 ‘예술무대산’과 일본 그림자극단 ‘카카시좌’가 5년 간 워크숍을 거쳐 만든 어린이 대상의 그림자인형극. 대관을 담당한 공연장 측은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 굳이 논란이 될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취지로 공연 논의를 중단했다.


해당 공연에는 그림자나 인형 등이 주로 등장하며 실제 배우의 대사는 적은 수준이지만, 작품 제작에 참여한 일본인 배우 2명이 무대 앞으로 나서 한국어로 공연을 펼치는 장면도 연출된다. 조현산 ‘예술무대산’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일이지만, 공연장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공연을 본 관객들이 ‘이런 문화교류는 계속돼야 한다’고 남기는 후기를 보면 문화와 정치를 구분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민의식이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국립극단은 9월부터 무대에 올릴 예정이던 연극 ‘빙화’를 전격 취소했다. ‘빙화’는 1940년대 발표된 임선규의 작품으로, 연해주로 강제 이주한 조선인의 이야기다. 일제강점기 연극 통제 정책에 따라 시행된 ‘국민연극제’ 참가작으로 친일적 요소가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립극단 측은 “연구자들 사이에서만 알려진 친일 연극의 실체를 드러내 부끄러운 역사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국민들의 심려에 공감해 기획 의도를 참작하더라도 작품을 무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연장에서는 작은 소동도 있었다. 7월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아디오스 피아졸라, 라이브 탱고’ 공연에서는 일본의 탱고밴드 ‘콰트로시엔토스’ 연주 순서에서 한 관객이 “쪽바리!”라고 외친 뒤 공연장 밖으로 사라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24일에는 일본 플루티스트의 독주회가 예정되어 있어 주최 측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공연계 관계자는 “일본 관련해 예정된 공연을 무조건 취소하기도 어려우며, 관객을 완벽히 통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그저 무사히 공연이 마무리되길 바랄 뿐”이라고 답했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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