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영화 ‘마리아 칼라스’ 한 세기 풍미한 디바의 뜨겁고 짧았던 삶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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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영상-인터뷰만으로 구성
“나는 마리아로 살고 싶지만 칼라스로도 살아야 해요” 독백 울림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공연 후 지휘자 및 출연자들과 관객의 환호에 답하는 마리아 칼라스(왼쪽 사진)와 영국 TV 진행자 데이비드 프로스트와 인터뷰 하는 모습. 영화는 생전의 영상과 인터뷰, 편지만으로 한 세대를 풍미한 ‘여신’ 마리아 칼라스의 면모를 재구성한다. 영화사 진진 제공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공연 후 지휘자 및 출연자들과 관객의 환호에 답하는 마리아 칼라스(왼쪽 사진)와 영국 TV 진행자 데이비드 프로스트와 인터뷰 하는 모습. 영화는 생전의 영상과 인터뷰, 편지만으로 한 세대를 풍미한 ‘여신’ 마리아 칼라스의 면모를 재구성한다. 영화사 진진 제공
“운명은 운명이다, 벗어날 길은 없다.”(마리아 칼라스·1923∼1977)

지난달 별세한 영화감독 겸 오페라 연출가 프랑코 체피렐리는 ‘오페라 역사에서 BC란 Before Callas(칼라스 이전)를 뜻한다’고 말했다. 12일 개봉한 영화 ‘마리아 칼라스: 세기의 디바’는 오페라라는 장르를 뛰어넘어 한 세기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디바’의 뜨겁고 짧았던 삶을 들여다본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편집의 예술이다. 칼라스가 부른 오페라에 빠져 첫 작품으로 이 영화를 연출한 톰 볼프 감독은 편집에 모든 것을 걸었다. 새로 찍은 영상은 없다. 내레이션도 없다. 3년 동안 칼라스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지인들을 인터뷰한 그는 오로지 칼라스 생전의 영상만으로 영화를 조립하기로 결정했다. 생전 그가 남긴 TV 인터뷰와 편지들이 내레이터의 역할을 어렴풋이 대신한다. 편지는 체피렐리 감독의 2002년 극영화 ‘칼라스 포에버’에서 칼라스를 연기한 파니 아르당이 읽었다.

지휘자 니콜라 레시뇨는 ‘확신에 찬 모습과 달리 칼라스는 부서질 듯 연약한 인간이었다. 그것을 줄곧 극복하고자 한 데서 그를 이해하는 열쇠가 나온다’고 말했다. 영화는 칼라스 자신의 목소리로 같은 얘기를 전한다. “제 안에는 두 사람이 있어요. 마리아로 살고 싶지만 칼라스로서도 살아야 해요.” ‘마리아’는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여린 여성이다. ‘칼라스’는 최고의 무대로 팬들을 마비시키는 여신이다.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의 ‘정결한 여신’을 부른 다음 그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다. ‘나는 안다, 얼마나 고귀한 존재를 내가 무대에 재현했는가’라는.

스포일러를 염려할 필요는 없다. 이혼 그리고 선박왕 오나시스와의 사랑. 예고 없이 재클린 케네디에게 빼앗긴, 그전까지 한사코 ‘우정’이라고만 말했던 그 사랑은 ‘마리아와 칼라스’를 함께 지키고 싶었던’ 여인의 자아에 강한 산(酸)을 붓는다. 팬들은 아는 얘기다. ‘나는 어린아이가 아니고, 강하지만 상처도 받는 여인입니다’라며 열렬한 사랑을 고백한 바로 다음 순간 파국이 찾아온다. 그 직전에 ‘칼라스의 기도’가 등장한다. “신이여, 좋은 일이든 슬픈 일이든 주셔도 좋습니다. 다만 이겨낼 힘도 함께 주세요.”

푸치니, 벨리니, 도니체티의 아리아를 몇 곡씩이나 들을 수 있는 점에서 이 영화는 감동적인 콘서트 체험도 된다. 칼라스의 언어로 엮어낸 삶의 재현인 만큼, 전남편과 연인, 연적(戀敵), 그를 신랄하게 비판한 평론가들의 입장에서 공정하지만은 않을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 전체관람가.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마리아 칼라스#푸치니 오페라#토스카#프랑코 체피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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