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에 줄 대보자”…해외 팝스타들, 한국 음반사로 러브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4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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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라 합작 곡을 낸 팝스타와 케이팝 스타들. 블랙핑크와 영국 싱어송라이터 두아 리파(가운데).
최근 잇따라 합작 곡을 낸 팝스타와 케이팝 스타들. 블랙핑크와 영국 싱어송라이터 두아 리파(가운데).
《 선희: ‘Kiss and make, kiss, kiss and make up/아직도 너를 못 떠나고 뭘 하고 있는 건지~’
희윤: 노래 좋네. 한국 노래야, 미국 노래야?
선희: 블랙핑크가 두아 리파랑 같이 부른 곡인데?
희윤: 와. 방탄소년단이랑 스티브 아오키도 같이 했잖아. 대~박!
선희: 요즘 케이팝이랑 해외팝 공동작업이 유행이지.
희윤: 나도 뉴욕타임스 기자랑 협업할래. 내 부분은 한국어로 써도 되겠지?
선희: (당황) 》“힙합 잘하는 남성그룹 ‘OOO’과 일하고 싶다. 연결 부탁한다.” (프랑스 음반사 관계자)

“귀여운 느낌의 걸그룹 ‘XXX’에 맞는 멜로디를 지었다. 소개 부탁한다.” (브라질 작곡 회사 관계자)

요즘 한국 음반사들로 답지하는 전 세계 음악 관계자들의 ‘러브레터’의 주요 내용이다.

놀라운 것은 ‘OOO’나 ‘XXX’가 한국 대중도 잘 모르는 신인급이라는 것. 한 글로벌 음반사의 한국 지사 관계자는 “케이팝 신인 그룹의 데뷔나 앨범 발표 관련 자료를 각국 지사에 e메일로 배포하면 이처럼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고 있다”면서 “케이팝에 줄을 대려는 열망이 대단함을 느낀다”고 귀띔했다.

“케이팝에 줄을 대보자”… 전 세계에서 러브콜

방탄소년단과 미국 DJ 스티브 아오키(오른쪽에서 세 번째). 케이팝과 해외 팝의 협업 물결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방탄소년단과 미국 DJ 스티브 아오키(오른쪽에서 세 번째). 케이팝과 해외 팝의 협업 물결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런 ‘케이팝 줄 대기’ 현상은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을 차지한 5월 이후에 폭증했다. 그 이전만 해도 해외 현지 음반 관계자들은 케이팝을 별종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마니아처럼 충성도는 매우 높지만 팬 규모는 크지 않은 비주류 트렌드로 인식한 것. 이들의 시선은 방탄소년단이 빌보드에서 믿기 힘든 실질적 성과를 내자 달라졌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관계자는 “해외 팝스타는 케이팝 스타가 갖지 못한 현지 주류 매체에서의 파워를, 케이팝 스타는 해외 팝스타를 능가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가졌다”면서 “서로의 비교우위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려는 ‘윈-윈’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계산기를 두드리는 물밑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공룡들의 만남이 먼저 수면 위로 고개를 든다. 미국 유명 DJ 스티브 아오키는 이 게임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였다. ‘최대어’인 방탄소년단을 붙잡은 것. 지난해 방탄소년단의 ‘MIC Drop’ 리믹스 작업으로 테이프를 끊더니 최근엔 아예 방탄소년단이 참여한 ‘Waste It on Me’를 자신의 새 앨범 ‘Neon Future III’(9일 발매)의 첫 공개 곡으로 지난달 25일 세계에 내밀었다. 미모와 음악성을 겸비해 자국 차트 1위를 여러 차례 차지한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는 최근 블랙핑크와 함께 한 노래 ‘Kiss and Make Up’을 세계시장에 내놨다.

그라임스, 에이치큐… 2군 팝스타들도 속속 합류

걸그룹 ‘이달의 소녀 yyxy’
걸그룹 ‘이달의 소녀 yyxy’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그라임스’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그라임스’
덜 알려졌지만 흥미로운 조합들도 나온다. 걸그룹 ‘이달의 소녀 yyxy’는 5월, 캐나다 싱어송라이터 ‘그라임스’를 참여시킨 곡 ‘love4eva’를 냈다. 독특한 음악과 시각효과로 유명한 그라임스는 미국 음악 웹진 ‘피치포크’ 등 해외 평단이 극찬한 아티스트. 인디 음악가에 속하지만 데뷔 초부터 “지드래곤을 좋아한다” “케이팝의 비주얼에서 영향을 받는다”고 해 관심을 모았다. B급 정서의 예술가는 결국 한국의 주류 걸그룹과 협업하는 파격을 택했다.

보이그룹 에이스(A.C.E)는 9월, 프랑스의 DJ 겸 프로듀서 ‘에이치큐(Hcue)’가 참여한 곡 ‘I Feel So Lucky’를 냈다. 에이치큐는 방탄소년단 등 케이팝에 관심을 갖고 있다 우연히 에이스의 강렬한 안무와 사운드를 접하고 공동 작업을 제안했다. 내친 김에 한국으로 날아와 에이스와 공식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했다.

케이팝과 해외 팝 스타의 공동작업은 다양한 형태로 계속될 전망이다. 워너뮤직코리아 관계자는 “요즘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개인 메시지를 통해 가수 본인들끼리 사적으로 먼저 협업을 약속한 뒤 되레 음반사에 통보하는 식도 많다”면서 “변방의 작은 문이었던 케이팝이란 창구가 팝 시장 성공을 향한 대문처럼 열리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보이그룹 에이스(A.C.E)는 프랑스의 DJ 겸 프로듀서 ‘에이치큐(Hcue)’가 참여한 곡 ‘I Feel So Lucky’를 9월 발표했다.
보이그룹 에이스(A.C.E)는 프랑스의 DJ 겸 프로듀서 ‘에이치큐(Hcue)’가 참여한 곡 ‘I Feel So Lucky’를 9월 발표했다.

방탄소년단 이후 달라진 케이팝 위상과 양상

K팝 한류는 방탄소년단 이후 새 전기를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세대 K팝은 현지화를 추구했다. ‘아시아의 별’ 보아는 2002년 한국 가수 최초로 오리콘 주간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해 당시 충격을 줬다. 그러나 1위를 차지한 ‘Listen to My Heart’는 일본어로 노래한 앨범이었고 고무로 데쓰야 등 일본 작곡가들이 지은 곡으로 채워져 있었다.

2009년 빌보드 싱글차트 76위에 오르며 화제가 된 원더걸스의 ‘Nobody’ 역시 현지 언어인 영어 버전이었다. 보아가 그랬듯 현지화에 주력했다. 당시 원더걸스는 미국 인기 그룹 ‘조너스 브라더스’의 투어에 오프닝 가수로 들어가 미국 전역을 돌며 홍보했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세계가 케이팝에 주목하는 방식을 바꿨다. 영어가 아닌 한국어 가사 그대로 해외에서 인기를 얻었다. 현지화 전략을 펼치지 않고도 해외에서 먼저 찾는 가수가 됐다.

현재는 국내와 해외를 자연스레 동시에 공략하는 ‘유비쿼터스형’ 케이팝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해외 각국에 다져진 케이팝 팬덤의 씨앗에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동시적 전파력이 합쳐지면서 시너지를 낸다.

방탄소년단의 후예도 자연스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방탄을 선점한 스티브 아오키는 최근 본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남성그룹 몬스타엑스와 작업해보고 싶다”고 했다. JYP 소속 남성그룹 갓세븐은 이미 2016년 MTV 유럽 어워드에서 ‘월드와이드 액트’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팬덤을 일구고 있다. 최근엔 SM 소속의 NCT127의 상승세도 주목 할 만 하다. 세계적인 음원 플랫폼인 ‘애플뮤직’에서 주목할 신인으로 조명했고 지난달 빌보드 앨범차트에 86위로 진입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유명해지는 그룹도 생기고 있다. 남성그룹 엔티비는 2016년 일본에서 먼저 데뷔해 현지 투어를 도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15년 데뷔한 남성그룹 스누퍼 역시 일본, 영국, 베트남, 러시아 등에서 활동해 국내보다 해외 팬에 친숙하다. 혼성그룹 카드는 중남미 투어를 돌며 한국어 가사 제창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팀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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