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트럼프로 대변되는 백인 남성의 고립주의적 사고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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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리베카 솔닛 지음·김명남 옮김/344쪽·1만5000원·창비

전 세계 ‘미투’ 운동이 거셌던 지난해 ‘맨스플레인’(여성은 잘 모른다는 전제로 남성이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행위)을 알린 리베카 솔닛의 새 에세이집이 나왔다.

이 책은 백인 남성의 고립주의적인 사고를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백인 남성의 이데올로기만 옳고 다른 것은 잘못됐다는 사고에 대한 비판이고, 그 정점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있다고 봤다.

만약 단순히 페미니즘에 관한 시각을 기대하고 이 책을 본다면 실망할 수 있다. 또 제목과 서문을 보고 언어나 이름을 붙이는 일에 관한 걸 기대해도 여전히 실망할 것이다. 그러나 온갖 정책을 통해 비주류의 투표권을 제한하고,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위해 기후변화를 부정하며, 언론마저 비전을 제공하지 못하는 미국의 민낯을 보고 싶다면 딱 맞는 책이다.

솔닛이 서문에서 ‘이름’에 관한 이야기를 한 이유는 단어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주류가 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시선으로 사태를 바라보자는 제안이다. 그는 트럼프를 ‘모든 것을 갖고 싶었던 아이’라고 표현하고, 그의 이상한 행동들을 분석한다. 그러면서 자아를 갖지 못한 욕망 덩어리인 트럼프가 자신의 ‘똥 덩어리’ 위에 엎어지는 최후를 맞게 될 것이라며 저주를 퍼붓기도 한다.

기후변화에 대해 보수주의자들이 취하는 태도 저변의 심리도 분석한다. 그들은 극단적 자유를 추구하기에 기후변화마저 부정한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기후변화를 인정하면 공동체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여기에는 정부의 규제를 받는 것도 포함된다. 따라서 보수주의자들은 기후변화가 허구라는 이야기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솔닛은 이처럼 들리지 않는 목소리들을 거칠지만 생생한 언어로 서술해 나간다.

다만 이 책은 그의 이전 저서들과 달리 관념적인 내용이 많다. 1980년대부터 환경·반핵·인권운동을 해왔던 활동가의 목소리가 좀 더 크다. 지난 저서에서 상당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저자의 생생한 경험이 이번엔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나 할까. 게다가 너무 미국 사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남의 집 불구경’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리베카 솔닛#맨스플레인#백인#도널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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