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흐름이 테크닉보다 훨씬 중요… 객석 끝자리까지 전달되도록 애쓰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11월 15∼18일 내한공연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

‘최연소’ ‘최초’라는 수식어가 늘 이름 앞에 있는 김기민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깜깜한 길을 가며 후배들을 위해 불을 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최연소’ ‘최초’라는 수식어가 늘 이름 앞에 있는 김기민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깜깜한 길을 가며 후배들을 위해 불을 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26)은 빈 국립발레단과의 공연을 마치고 잠시 귀국했다. 동양인 최초 마린스키발레단 입단, 무용계 최고 영예의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한 그는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영국 로열발레단 등 최정상 발레단의 초청을 받아 주역으로 세계를 누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연습실에서 최근 만난 그는 “365일 공연을 쉬지 않는 러시아에서 활동한 덕분에 작품 숙지는 물론 컨디션 난조나 파트너의 부상 같은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쌓였다”며 웃었다.

한번은 공연 날 아침 파트너가 부상을 당해 급히 다른 무용수로 바꿨다. 한데 공연 한 시간 전에 교체한 무용수까지 다쳤다.

“결국 한 번도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는 발레리나와 5분간 몸만 푼 뒤 공연했어요. 자칫 사고가 날 수 있었지만 복화술로 ‘두 번 돌아’ ‘오른쪽으로’ 식으로 대화하며 잘 마쳤어요.(웃음)”

그는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점프 등 화려한 테크닉을 가졌지만 감정의 흐름을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

“실수가 두려워 테크닉이 감정을 방해하게 하지 않아요. 객석 4층 맨 끝자리 관객에게까지 감정이 전달되도록 더 크게 표현하죠.”

공연이 끝나면 집에서 쉰다. 어학 공부와 게임을 즐기고 클래식 음악을 특히 좋아한다. 차이콥스키, 프로코피예프, 쇼스타코비치 등 러시아 음악가에 대한 애정이 깊다. 쉴 새 없이 뛰고 연기하다 편안하게 음악을 들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단다.

그는 6년 만에 내한하는 마린스키발레단 본진과 다음 달 ‘돈키호테’를 선보인다. 주연인 이발사 바질 역을 맡아 사랑하는 키트리와 결혼하기 위해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둘의 결혼을 돈키호테가 돕는다. 국내 무대에 처음 오르는 마린스키 ‘돈키호테’의 특색으로 그는 초창기 안무와 철학이 그대로 담긴 정통성에 캐릭터 댄스가 더해진 화려함을 꼽았다.

“러시아 무용수들은 바가노바 발레학교에서부터 헝가리, 스페인 등 ‘캐릭터 댄스’라 불리는 각국 춤을 체계적으로 배우는데, 그 내공이 진가를 발휘합니다. 강렬한 스페인 군무를 함께 즐기는 묘미가 있을 겁니다.”

11월 15∼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만∼28만 원.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김기민#브누아 드 라 당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