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우주에선 소변과 전기가 같은 가치라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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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듀어런스/스콧 켈리 지음·홍한결 옮김/508쪽·2만2000원·클

뭔가 친숙한데. 처음 책표지를 보고 든 생각이다. 검색을 해봤다. 정말 영화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 ‘마션’ 등의 포스터와 글씨체가 비슷하다. 내용은 어떨까. 사실 우주 소재는 수많은 콘텐츠 덕분에 익숙하다.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 도입될 정도다. 그만큼 식상할 수 있지만, 더 꼼꼼하고 현실적이라는 면에서 ‘인듀어런스’는 가치가 적지 않다.

2015년 3월부터 1년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체류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한 우주인인 저자가 당시 삶을 기록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주비행을 4번이나 한 베테랑. 마지막 비행에서 340일을 체류한 그는 미국인 중에 우주 체류 최장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

우주에서는 평범했던 일상도 특별해진다. 무중력 상태에서 운동을 하려면 멜빵을 차고 러닝머신 로프에 몸을 연결시켜야 한다. 몸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수건으로 물기를 터는 것으로 샤워를 대신한다. 소변 방울이 날아다니는 참사를 겪지 않으려면 볼일(?)도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

고립된 공간에서 겪는 외로움도 묻어난다. 그는 녹음해 온 빗소리나 새소리, 나뭇가지에 바람이 부딪히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매일 듣는다. 신선한 농산물이 수북이 쌓인 마트 풍경도 보고 싶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는 것조차 그리워진다. 사랑하는 이들의 신변에 문제가 생길 때는 깊은 무력감마저 느낀다. 지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창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게 습관이 됐다.

우주정거장에서는 나가고 싶다고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우주 유영은 우주에서 하는 작업 가운데 가장 위험하다. ISS에서 러시아 우주인들의 소변과 미국 태양 전지판에서 생산한 전기는 우주에서 등가교환을 한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소변을 받아 기화시켜 물로 쓴다. 우주인들만 할 수 있는 이 같은 소소한 이야기들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인듀어런스#스콧 켈리#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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